쌀값을 확 더 낮춰야 한다
벼농사는 풍흉에 거의 영향을 안 받는 안정적인 농사다. 농사에서 거의 유일한 예측 가능한 소득원이다. 일 년 동안 대한민국 농민들이 지어내는 쌀의 총량은 320만 톤 정도이고, 쌀을 다 팔아서 받을 수 있는 돈은 7조원 정도다. 전체 농림어업 소득에서 쌀이 차지하는 비중은 15% 정도에 불과하다. 통계로 보면 우리나라에는 논이 밭보다 더 많다.
논농사는 밭농사에 비해 쉽고 편하다. 경지정리가 완벽에 가까울 정도로 되어 있어 기계로 일을 하기 때문이다. 밭농사에 비하면 거저먹는 거나 다름이 없다. 논에 물을 대고 덩어리진 딱딱한 흙을 두드려서 잘게 부수고 전체 논에 물이 고르게 고이도록 논바닥을 평평하게 만들고 논둑을 다시 발라 물이 새나가지 않고 잘 고여 있게 만드는 일 등, 모내기할 수 있게 논을 손보는 일을 다 묶어서 한 마디로 “논을 만든다”고 한다. 봄에 논 만들고 모내기할 때 잠깐 힘들고 가을에 벼 벨 때 잠깐 힘들면 된다. 잠깐 힘들 때의 노동 강도는 몸무게가 5~7kg 정도 빠진다고들 하는 정도다.
우리가 먹는 쌀은 자포니카쌀이다. 인도나 동남아시아 중국 내륙 사람들이 먹는 쌀은 인디카 쌀이다. 길고 가늘고 찰기가 없다. 자포니카쌀을 재배하는 곳은 한국, 일본, 만주, 호주, 미국 캘리포니아 정도다. 국제 곡물시장에 나오는 자포니카 쌀 가격은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생산하는 최상급 쌀이 80kg 한 가마 기준으로 7만 5천 원 정도다. 중국 쌀은 관세만 없으면 5만 원이면 충분하다고 한다.
소비자가격으로 80kg 한 가마 20만 원 정도 하는 쌀값은 참 싸다. 일인당 쌀 소비량이 65kg 내외니까 일 년 쌀값이 다 해봐야 20만원도 안 된다. 나는 아주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덕분에 굶주리는 사람이 없다. 귀찮아서 라면을 끓여 먹을망정 쌀 살 돈이 없어 굶지는 않는다. 기업에게도 이익이다. 쌀값이 싸니 노동자들 월급을 조금만 줘도 된다. 쌀값이 싸서 모두가 행복하다. 농민만 빼고. 그런데 농민도 함께 행복할 방법은 정말 없는 것일까?
국제시장 쌀 가격에 비해서 우리 쌀 가격은 너무 비싸다. 가공용이나 식당용으로 쓰기에 부담스럽다. 가공을 해야 수요가 늘어난다. 수요가 늘어야 논을 지켜 후손에게 물려줄 수 있다. 가공용으로 쓰기에 적당한 수준, 쌀값을 국제 시장가 수준으로 아예 확 내려버려야 한다. 대신 농민들의 소득을 보장하면 된다.
농가당 평균 경작규모가 30만평에 달하는 미국 캘리포니아지역 벼 재배 농가들 소득의 50%는 정부 지불금이다. 농사짓는 대가로 정부가 농가의 소득을 보전한다. 농업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러니까 그게 마음만 먹으면 안 될 일도 어려운 일도 아니다. 그런데, 아, 내 정신 봐라. 농민을 물대포로 때려죽이는 정부를 상대로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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