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농업 4

십이. 유기농업을 둘러싼 "의제설정"이 중요하다

유기농업을 둘러싼 “의제 설정”이 중요하다 요즘 “프레임”이라는 말을 많이 쓰는데, 한국의 농업 혹은 유기농업과 관련해서도 이는 정말 중요하다고 나는 생각한다. 프레임을 잘 짜야 성공할 수 있다. 내가 제시하는 건 공공재 프레임이다. 대강의 얼개는 이렇다. 농산물은 공공재이다. 공공재는 남녀노소 부자 가난뱅이를 가리지 않고 공평하게 서비스되어야 한다. 공공재의 첫째 조건은 안전성이다. 공공의 재화를 생산하거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을 하는 사람은 공무원이다. 공무원은 일정한 자격을 갖추고 사회가 요구하는 역할 즉 책임과 의무를 잘 수행해야 한다. 세금도 내고 교육도 받고 공부도 하고 성실히 일을 해서 성과를 내고 필요한 서류도 작성해서 제출해야 한다. 한편 정부는 사회가 필요로 하는 만큼의 일정한 수의 공..

쿠바농업연수 2013.01.23

십일. 쿠바의 유기농업, 우리를 비추는 거울

쿠바의 유기농업, 우리를 비추는 거울 나는 사람들이 다음 두 가지 경우 중에 하나를 선택해야 할 때 어떤 선택을 할지 궁금하다. 「값이 싸서, 살 수 있는 돈은 있는데 살 수 있는 게 아무 것도 없는 상황」이 있다. 그리고 「물건은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데 돈이 없어서 살 수 없는 상황」도 있다. 어느 게 더 나쁠까? (계획경제와 시장경제를 이렇게 멋지게 한 마디로 압축해서 대비시킨 사례가 또 있을까? 으하하하 깔대기! 실제로 이런 일은 우리에게도 일어난다. 8월 9월 계속해서 비가 쏟아진 해, 10월 초 추석 장을 보는 주부가 「생협」과 「대형 마트」에서 마주치는 상황이다.) 쿠바의 음식 조달 상태는 앞의 상황으로 보였다. 쿠바 시민들이 사는 먹을거리 값은 터무니없이 쌌다. 유기농산물도 마찬가지다. 우리..

쿠바농업연수 2013.01.23

오. 전봉준과 호세마르티

전봉준(1854~1895)과 호세마르티(1853~1895) 쿠바의 모든 국공립기관에는 호세마르티상이 서 있다. 툭 튀어나온 역삼각 대머리에 카이저수염을 단 채로 두 눈을 부릅뜨고 내려다보고 있다. 호세마르티는 시인이자 저널리스트이며 사상가이고 직접 조직을 꾸리고 전장에서 말을 타고 총을 쏘며 무장투쟁에 나섰던 독립투사였다. 호세마르티가 염원했던 쿠바의 독립은 스페인으로부터의 독립이다. 쿠바 국제친선협회 회의실 호세마르티의 독립운동을 비유해 설명하자면 이런 것이다. 단순히 비유를 위한 것이니까 기분 나빠도 참아주시기 바란다. 예컨대, 1592년 조선을 침공한 일본(임진왜란)이 조선을 식민지로 만드는 데 성공한다. 일본인들은 조선인을 어쩌다보니 모조리 죽여버리게 되었다. 칼이 잘 드나 안 드나 시험 삼아 베..

쿠바농업연수 2013.01.14

일. 환상을 불러일으키는 이름, 쿠바

쿠바 북서부 농촌 관광 마을 "비냘레스". 나는 그림자로만 참여했다. 환상을 불러일으키는 이름, 쿠바 쿠. 바. 라고 하는 이 두 음절은 괜히 마음 속에 낭만적이고 몽롱한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혁명의 나라, 체게바라의 나라, 사탕수수와 럼과 시가와 재즈․살사의 나라, 카리브해의 진주라 불리는 나라 등등. 온갖 이국적인 정취가 물씬 풍겨난다. 게다가 최근에는 여기에 덧붙여 유기농업과 도시농업의 나라라는 명성을 얻고 있다. 그러니 누구나 그렇겠지만 나 역시 기회만 되면 한 번 가 보고 싶었다. 한편으로는 마치 낙원인 양 묘사되는 찬사의 말들이 넘쳐나고 다른 한 편으로는 독재와 빈곤으로 간단히 요약할 수 있는 악담이 유통되는 이 문제의 나라를 직접 가서 보고 싶었다. 선플과 악플이 난무하는 유명 연예인의 분칠..

쿠바농업연수 2012.12.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