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농업연수 14

쿠바가 아니라 우리가 대안이다

*이 글은 대안교육 격월간지 의 요청을 받아 썼습니다. 아마도 2013년 1~2월호에 실렸을 겁니다. "유기농업"이라는 딱지를 떼버리고, "대안사회"로서 쿠바를 가늠해보는 것인데요, 이 글을 쓰면서 저는 새로운 개념을 발견했습니다. 인간에 내재하는 [농업유전자]라는 개념입니다. 앞으로 조금 더 갈고 닦아볼 예정입니다. 그리고 여전히 막연하고 뿌연 형태로 남아 있던 오리엔탈리즘과의 제법 철저한 결별, 우리가 대안일 수밖에 없는 필연적인 이유...같은 것에 대해서 논거 없이 그냥 깜냥으로 적어보았습니다. 생각을 가다듬고, 글 쓸 기회를 주신 도서출판 민들레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쿠바, 기로에 선 20대 백승우 두레 생협에 여름철 채소를 주로 공급하는 유기농업단체 "강원유기농"의 꼴찌 농부. 강원도 화천에서,..

쿠바농업연수 2013.02.16

십삼. 쿠바의 유기농업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쿠바의 유기농업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이제 할 말은 다 했다. 여기서부터는 사족이다. 쿠바에 유기농업과 관련한 연수단이 수차례 다녀오면서 이런저런 논란이 있는 듯하여, 논란이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날 만큼 참견하기 좋아하는 나는, 2012년 대산농촌문화재단 쿠바유기농업연수단의 일원으로 참여하여 쿠바의 여러 유기농업관련기관을 방문하고, 또 여러 날을 더 남아 여기저기 현장을 둘러보고 온 자로서, 나도 이런저런 논란에 한 발짝 살짝 얹어볼까 한다. 시대와 공간을 뛰어넘는 초현실적인 진리는 없다. 예컨대, 농업과 유기농업을 포함해서 생태 환경을 둘러싼 모든 논의의 밑바탕에는 “지속 가능성”이라는 핵심 개념이 설정되어 있다. 그런데 나처럼 자식도 없고 삐딱하기 짝이 없는 인간이 “대체 왜 지속가능해야 하..

쿠바농업연수 2013.01.23

십이. 유기농업을 둘러싼 "의제설정"이 중요하다

유기농업을 둘러싼 “의제 설정”이 중요하다 요즘 “프레임”이라는 말을 많이 쓰는데, 한국의 농업 혹은 유기농업과 관련해서도 이는 정말 중요하다고 나는 생각한다. 프레임을 잘 짜야 성공할 수 있다. 내가 제시하는 건 공공재 프레임이다. 대강의 얼개는 이렇다. 농산물은 공공재이다. 공공재는 남녀노소 부자 가난뱅이를 가리지 않고 공평하게 서비스되어야 한다. 공공재의 첫째 조건은 안전성이다. 공공의 재화를 생산하거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을 하는 사람은 공무원이다. 공무원은 일정한 자격을 갖추고 사회가 요구하는 역할 즉 책임과 의무를 잘 수행해야 한다. 세금도 내고 교육도 받고 공부도 하고 성실히 일을 해서 성과를 내고 필요한 서류도 작성해서 제출해야 한다. 한편 정부는 사회가 필요로 하는 만큼의 일정한 수의 공..

쿠바농업연수 2013.01.23

십일. 쿠바의 유기농업, 우리를 비추는 거울

쿠바의 유기농업, 우리를 비추는 거울 나는 사람들이 다음 두 가지 경우 중에 하나를 선택해야 할 때 어떤 선택을 할지 궁금하다. 「값이 싸서, 살 수 있는 돈은 있는데 살 수 있는 게 아무 것도 없는 상황」이 있다. 그리고 「물건은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데 돈이 없어서 살 수 없는 상황」도 있다. 어느 게 더 나쁠까? (계획경제와 시장경제를 이렇게 멋지게 한 마디로 압축해서 대비시킨 사례가 또 있을까? 으하하하 깔대기! 실제로 이런 일은 우리에게도 일어난다. 8월 9월 계속해서 비가 쏟아진 해, 10월 초 추석 장을 보는 주부가 「생협」과 「대형 마트」에서 마주치는 상황이다.) 쿠바의 음식 조달 상태는 앞의 상황으로 보였다. 쿠바 시민들이 사는 먹을거리 값은 터무니없이 쌌다. 유기농산물도 마찬가지다. 우리..

쿠바농업연수 2013.01.23

십. 쿠바의 농업

쿠바 유전생명공학센터 로비에 걸려 있는 체게바라. 사진 속 인물은 김상범 전북 쌀생산자연합회 감사님. 나와 갑장이다. 유전생명공학을 이용한 의약품 개발은 쿠바의 신성장동력이다. 세계적인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쿠바의 농업 “한국 농업은 쌀이다”라고 말 할 수 있는 것처럼 쿠바 농업은 사탕수수다. 혁명 이듬해인 1960년 9월 30일 쿠바국립은행장 체게바라는 이런 소리를 했다. “여러분들은 사탕수수가 쿠바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지 알 것입니다. 멕시코의 면화, 베네수엘라의 석유, 볼리비아의 주석, 그리고 칠레의 구리, 아르헨티나의 목축과 밀, 그리고 브라질의 커피. 우리 모두는 하나의 공통분모를 갖고 있습니다. 즉, 우리는 단일 생산을 하는 나라이며 우리 모두는 단일시장에 의존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중..

쿠바농업연수 2013.01.23

구. 아바나의 도시농업

아바나시(市) 아바나는 도(道)이름이기도 하고 시(市)이름이기도 해서 엄청 헷갈렸다. 돌아다녀 본 바로는 우리 개념의 시(市)는 아주 좁은 몇 개 지역에 불과했는데 지도를 보면 상당히 넓어서, 혹시 도를 시로 잘못 써 놓은 건 아닌지 여러 자료를 뒤적거리고 한쿠바교류협회에 전화까지 해서 확인했다. 확인 결과~, 짜자잔! 아바나 시는 15개 구(區), 105개 동(洞)으로 구성되어 있다. 미라마르니 베다도니 알라마르니 하는 것들은 다 동(洞) 이름이었다. 호세 마르티 국제공항은 그러니까 아바나 시에서 십 몇 키로 떨어진 곳에 있는 게 아니고, 아바나 시 보제로스 구(아래그림 13번) 무슨무슨 동에 있는 게 맞다. 우리가 갔던 컨설팅 숍과 CPA인지 CCS인지 하는 농장도 아바나시 리사구(12번) 무슨무슨 ..

쿠바농업연수 2013.01.16

팔. 트리니다드 vs. 비냘레스

트리니다드 vs. 비냘레스 트리니다드는 구아바나처럼 옛날 집과 옛길을 그대로 둬서 완전 횡재한 동네다. 쉼 없이 밀려드는 여행객들 덕분에 잘 먹고 잘 살고 있었다. 연수단이 철수한 날 저녁 일곱 시 반쯤, 번쩍번쩍 빛나는 반팔 셔츠(츄리닝이다)며 무릎 바로 위까지 오는 반바지(이것도 츄리닝이다)며 신발까지 온통 나이키로 치장한 젊고 덩치 큰 흑인 인력거(사실은 자전거거)꾼이, 함께 있던 연수단이 철수하면서, 아바나 최고층 최고급 식당에서 이 동네 사람들 두달치 월급에 해당하는 최고급 요리를 한 끼 식사로 낼름 잡숫는 호사를 누리다가 순식간에 극빈층으로 전락한 왜소하고 헐쭘하기 짝이 없는 동양계 외국인 여행객 둘을 태우고 땀을 삐질삐질 흘리면서 네모난 돌로 바닥을 깐 울퉁불퉁하고 경사진 어둑어둑한 오래 된..

쿠바농업연수 2013.01.15

칠. 쿠바 식당 상차림

쿠바 식당 상차림 “제발 메뉴를 좀 보고 주문해서 먹어 보면 원이 없겠다.” 우리 연수단원 중 한 분은 이렇게 푸념했다. 식당에 들어가 자리잡고 앉으면 서빙하는 직원이 와서 묻는다. “물, 콜라, 주스, 맥주, 우유(분유다. 생우유는 냉장유통해야 하는데 쿠바는 아직 냉장유통 체계가 안 돼 있다.) 중에 뭐 마실래?” 물을 그냥 주고 추가로 뭘 마실지 묻는 게 아니다. 물도 선택지 중 하나다. 나중에 보니까 코스 요리가 아니고 단품 식사일 때는 얘들도 다 계산해야 한다. 1~1.5쿡(쿡은 쿠바에서 쓰는 외국인 전용 태환화폐로 달러와 등가다). 다음은 뭘 먹을지 골라야 하는데, 어디나 똑같다. 이런 식이다. “닭 먹을래? 돼지 먹을래? 생선 먹을래? 버거 먹을래?” 트리니다드 민박집에서 주인 빅토리아의 남편..

쿠바농업연수 2013.01.14

육. 아바나 알라마르 농장 : 쿠바 vs.북한

출처 http://en.wikipedia.org/wiki/File:Havana,_Cuba.jpg 위성으로 본 아바나. 중앙에 아바나 만. 거기서 오른쪽으로 쭉 가다가 폭 들어간 만의 오른편이 알라마르동(洞) 출처 : http://en.wikipedia.org/wiki/Havana Districts The city is divided into 15 municipalities[28] – or boroughs, which are further subdivided into 105 wards[29] (consejos populares). (Numbers refer to map). Playa: Santa Fé, Siboney, Cubanacán, Ampliación Almendares, Miramar, Sierra..

쿠바농업연수 2013.01.14

오. 전봉준과 호세마르티

전봉준(1854~1895)과 호세마르티(1853~1895) 쿠바의 모든 국공립기관에는 호세마르티상이 서 있다. 툭 튀어나온 역삼각 대머리에 카이저수염을 단 채로 두 눈을 부릅뜨고 내려다보고 있다. 호세마르티는 시인이자 저널리스트이며 사상가이고 직접 조직을 꾸리고 전장에서 말을 타고 총을 쏘며 무장투쟁에 나섰던 독립투사였다. 호세마르티가 염원했던 쿠바의 독립은 스페인으로부터의 독립이다. 쿠바 국제친선협회 회의실 호세마르티의 독립운동을 비유해 설명하자면 이런 것이다. 단순히 비유를 위한 것이니까 기분 나빠도 참아주시기 바란다. 예컨대, 1592년 조선을 침공한 일본(임진왜란)이 조선을 식민지로 만드는 데 성공한다. 일본인들은 조선인을 어쩌다보니 모조리 죽여버리게 되었다. 칼이 잘 드나 안 드나 시험 삼아 베..

쿠바농업연수 2013.0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