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석(1912~1995) 이 양반이 벌써 귀농이란 시글 써 놓으셨다. 시를 쓴 해가 나와 있지 않지만 젊었을 때 썼을 테니 지금부터 거의 팔구십년 전이다. 시 전문이다. 귀농 歸農 백구둔白狗屯의 눈 녹이는 밭 가운데 땅 풀리는 밭 가운데 촌부자 노왕老王하고 같이 서서 밭최뚝에 즘부러진 땅버들의 버들개지 피여나는 데서 볕은 징글징글 따사롭고 바람은 솔솔 보드라운데 나는 땅임자 노왕老王한테 석상디기 밭을 얻는다 노왕老王은 집에 말과 나귀며 오리에 닭도 우을거리고 고방엔 그득히 감자에 콩곡석도 들여 쌓이고 노왕老王은 채매도 힘이 들고 하루종일 백령조白鈴鳥 소리나 들으려고 밭을 오늘 나한테 주는 것이고 나는 이젠 귀치 않은 측량測量도 문서文書도 싫증이 나고 낮에는 마음놓고 낮잠도 한잠 자고 싶어서 아전노릇을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