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 21

묵은 틀 깨야 새싹

묵은 틀 깨야 새싹 “조합장님, 형님, 명절 선물 좀 수입 농산물로 하지마! 쪽팔리게 어떻게 농협에서 다른 데도 아니고 농협에서 선물을 수입 농산물을 돌리냐고?”“라면, 햄 이런 거 얘기하는 구나? 그럼 잡곡으로 할까? 잡곡 같은 거 돌리면 조합원들이 싫어하셔. 오셔서 바꿔간다고.”“농협끼리 서로 연대하면 되잖아. 우리 농협에 없는 거, 우리 농사꾼들이 농사 안 짓는 거, 예를 들면 양구만 가도 오미자 효소 있잖아, 그런 거 선물하면 되잖아, 양구에는 단호박찐빵 없을 거 아니야, 그거 서로 선물 하면 되지? 왜 안 하냐고?”“우리 농민들이 있잖아, 얼마나 웃기냐면, 바나나, 농협 하나로 마트에서 바나나 판다고 난리가 난 거야, 그 바나나 못 팔게 하는 바람에 하나로 마트 매출이 30%가 줄어든 거야.”“..

농업 2015.12.02

쌀값을 확 더 낮춰야 한다

쌀값을 확 더 낮춰야 한다 벼농사는 풍흉에 거의 영향을 안 받는 안정적인 농사다. 농사에서 거의 유일한 예측 가능한 소득원이다. 일 년 동안 대한민국 농민들이 지어내는 쌀의 총량은 320만 톤 정도이고, 쌀을 다 팔아서 받을 수 있는 돈은 7조원 정도다. 전체 농림어업 소득에서 쌀이 차지하는 비중은 15% 정도에 불과하다. 통계로 보면 우리나라에는 논이 밭보다 더 많다.논농사는 밭농사에 비해 쉽고 편하다. 경지정리가 완벽에 가까울 정도로 되어 있어 기계로 일을 하기 때문이다. 밭농사에 비하면 거저먹는 거나 다름이 없다. 논에 물을 대고 덩어리진 딱딱한 흙을 두드려서 잘게 부수고 전체 논에 물이 고르게 고이도록 논바닥을 평평하게 만들고 논둑을 다시 발라 물이 새나가지 않고 잘 고여 있게 만드는 일 등, 모..

춘천사람들 2015.11.27

우리농업이 처한 모순적인 상황에 대해서

농업․농촌․농민 -삼농(三農)은 마지막 사회 안전망이다 백승우(농부, 작가) 저는 우리 사회에 혹시 닥칠지 모르는 사회적 위기와 갈수록 벌어지는 빈부격차에 대한 얘기를 하려 합니다. 사회적 위기는 항상 사회적 약자부터 쓰러뜨립니다. 옛날부터 그랬지요. 사회적 위기는 강자에겐 기회이고 약자에겐 재앙입니다. 가물이 들거나 큰물이 나서 흉년이 들면 보리고개에 보리 한 말 꿔주고 유월 망종 지나 보리타작하면 한 말 반을 받았습니다. “장리”라고 합니다. 아주 죽을 지경이 되면 금리가 치솟아서 한 말 꿔주고 두 말 받는 “곱장리”까지 성행합니다. 못 갚으면 땅이 날라 갔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이는 똑같습니다. 우리도 1990년대 말에 경험하지 않았습니까? 사회에 몰아닥친 갑작스런 위기로 인해 극빈층은 노숙자로 나..

농업 2015.10.11

이게 다 수입농산물 때문이다!

“이게 다 수입농산물 때문이다!” 계간 『귀농통문』2013년 겨울호에 쓴 글입니다. 밭은 말끔하게 정리했습니다. 십여 년 농사지으면서 겨울 되기 전에 깊이갈이하고 부족한 유기물도 좀 넣어주고 호밀까지 뿌려서 나름 흡족하게 갈무리하기는 처음입니다. 긴 비에 작물이 일찌감치 망가져버린 덕분입니다(ㅠㅠ). 다른 분들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저는 농사지으면서 제일 힘든 게 뭐냐고 누가 물어보면, 버리는 게 제일 고통스럽다고 대답합니다. 일은 사실, 힘은 들지만 늘 보람이 있어서 즐겁거든요. 힘들게 산을 올라가는 걸 즐기는 것처럼 농사일은 힘들지만 마음 깊은 곳에 즐거움을 줍니다. 심지어 농사일은 중독성도 있다, 중독성이 상당히 강하다는 게 제 주장입니다. 동네 할머니들은 잘 알고 계십니다. 처음 여기 화천으로 이사..

농업 2014.04.06

쿠바 연수기 파일

한 번에 왕창 다 보고 싶은 분을 위해 올립니다. 쿠바 유기농업 연수 보고서 백승우(화천 농부) “문제는 경제다”....쿠바 국제친선협회(ICAF) 부회장 “약값은 시장이 결정 한다”....쿠바유전생명공학센터(CIGB) 판매책임자 “경제는 확실히 점점 나아지고 있다”....트리니다드 민박집 주인의 남편 료말 “제기랄, 잘 사나 못 사나 어딜 가도 그저 돈 타령이다”...화천농부 백아무개 환상을 불러일으키는 이름, 쿠바 쿠. 바. 라고 하는 이 두 음절은 괜히 마음 속에 낭만적이고 몽롱한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혁명의 나라, 체게바라의 나라, 사탕수수와 럼과 시가와 재즈․살사의 나라, 카리브해의 진주라 불리는 나라 등등. 온갖 이국적인 정취가 물씬 풍겨난다. 게다가 최근에는 여기에 덧붙여 유기농업과 도시농업..

끄적이기 2013.01.02

현황 개요

화천 인구 2만이 채 안 되는 작은 군. 해발 150~250m정도의 준산간지. 전체 농경지 논 16,000ha. 밭 17,000ha......협소하기 이를 데 없음. 농업생산 가능 기간 6월 말 ~ 10월 말. 단 넉 달.....한여름 채소는 고랭지에 밀리고, 나머지 기간은 중부 평야지대에 밀리는 열악한 환경. 인근 도시. 춘천. 인구 30만이 채 안됨....농산물 소비 시장으로서의 기능...기대하기 어려움. 인근 대도시. 서울. 서울까지 거리 약 120km.......전국의 농산물이 각축하는 무한경쟁시장. 한여름 화악산 토마토, 간동과 화천읍 애호박, 오이 등이 비교적 소득력 있는 상품. 식품 가공업....된장, 간장 등 장류를 생산하는 농가형 가공업체 몇 곳. 여기서 어떤 가능성을 찾아낼 수 있을까요..

꽃내華川공부 2012.09.15

정부의 친환경농업 정책은 반드시 망할 것입니다

[2005년 7월 13일 작성] 오래 된 글인데도, 현실감이 떨어지질 않아!!!!!!!!!!!!!!!!!!!!!ㅋㅋㅋㅋㅋ. 정부의 친환경농업 정책은 반드시 망할 것입니다 백승우 여기, 지난 십여 년 동안 고집스럽게 유기농업을 해 온 농민이 한 사람 있습니다. 이 분을 라고 하겠습니다. 논 한 삼천 평에 밭 8백 평쯤 짓습니다. 5월 말에 모내기를 하고, 제초제 대신으로 등겨를 뿌리는데요, 가축 먹이로도 많이 쓰고, 또 요즘, 정부가 친환경 농업 정책을 강력히 추진하면서 등겨를 찾는 농가가 많아졌기 때문에 등겨 구하기도 힘들어졌습니다. 값도 많이 올랐구요. 그래서 가을에 추수할 무렵에 구해 놓지 않으면 안 됩니다. 지난 가을에 필요한 만큼 구해서 창고에 넣어뒀는데, 망할 놈의 쥐새끼들이 엄청나게 솔아놨습니..

농업 2012.06.17

귀농하려면 돈이 얼마나 필요하나요?

[전원생활 2006년 12월호에 쓴 글] 귀농하려면 돈이 얼마나 있어야 하는가요? “자네 부자 됐다면서?” “예? 무슨 말씀이세요?” “땅 사가지고 간 게 값이 많이 올랐다면서?” “예에~. 무슨 말씀이시라고. 오르긴 올랐어요.” 4년 동안 살다가 떠난 고성리에 가니 벌써 소문이 다 났습니다. 절대 빚은 지지 않겠다는 불문율을 깨고, 정부에서 시골로 귀농하는 사람들에게 빌려주는 정책자금(취농창업후계자자금)을 받아 땅을 샀는데 갑자기 값이 많이 올랐습니다. 빚을 내서 땅을 살 때, 얼마나 고민이 많았는지 모릅니다. 농사지어서 과연 이 빚을 다 갚을 수 있을까, 3천 평이 넘는 땅을 농기계 하나 없이 다 지을 수 있을까, 빚낸 돈이 조금 모자라 있는 돈 없는 돈 다 쓸어 모아서 땅 사는데 써버렸는데, 무얼 ..

귀농 2012.05.29

겨울이 길어서 좋아라

[2006년 11월 전원생활에쓴 글] **사진 시골로 내려오던 첫해 가을에 젖 떼자마자 데려다 키운 라는 로마황제처럼 긴 이름을 가진 우리 복슬이. 서울로 돌아가고 싶은 생각이 들 때마다 ‘이 녀석을 어쩌나’ 싶어 시골을 뜨지 못 했습니다. ** 겨울이 길어서 좋아라! 이사하면서 원래 살던 형님께 여쭤봤습니다. “겨울에 기름은 얼마나 들어요?” “두 드럼 가지면 될 거다.” “두 드럼요? 얼마 안 드네요.” 이렇게 해서 저는 춘천에 사는 4년 동안 겨울에 실내온도 5도로 겨울을 나게 됩니다. 한 달에 두 드럼쯤 든다는 얘기를, 겨우내 두 드럼 드는 걸로 알아들은 거지요. 강원도의 겨울은 춥고 깁니다. 상강 전에 서리가 내리고, 입동 전에 얼기 시작해서 이듬해 춘분쯤 되어야 언 땅이 녹으니, 다섯 달은 겨..

귀농 2012.05.29

아름다운 사람들, 귀농자들

[2006년 10월 전원생활에 쓴 글] ** 사진 설명 : “백창우와 굴렁쇠 아이들”을 초청한 ‘송화초등학교 아이들 공부방 기금 마련을 위한 콘서트’에서 송화초등학교 아이들이 노래하는 모습입니다. ****** 아름다운 사람들, 귀농자들 유기농산물의 경우, 원활한 유통망이 갖춰져 있지 않기 때문에 농민들이 직접 나서서 농산물을 유통시키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는데요, ‘강원유기농유통사업단’도 그 중 하나입니다. 지난 2000년에 이미 강원도 춘천, 화천, 양구, 홍천 등지에서 유기농업을 하시는 분들이 힘을 합쳐 연합체를 만들고 유기농산물을 유통시키기 위한 노력을 했는데요, 경영이 매우 힘들었습니다. 몇 년 동안을 적자에 허덕여야 했는데, 작년에 강원도 홍천으로 귀농하신 우평주님이 경영에 직접 참여하고..

귀농 2012.05.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