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리니다드 vs. 비냘레스 트리니다드는 구아바나처럼 옛날 집과 옛길을 그대로 둬서 완전 횡재한 동네다. 쉼 없이 밀려드는 여행객들 덕분에 잘 먹고 잘 살고 있었다. 연수단이 철수한 날 저녁 일곱 시 반쯤, 번쩍번쩍 빛나는 반팔 셔츠(츄리닝이다)며 무릎 바로 위까지 오는 반바지(이것도 츄리닝이다)며 신발까지 온통 나이키로 치장한 젊고 덩치 큰 흑인 인력거(사실은 자전거거)꾼이, 함께 있던 연수단이 철수하면서, 아바나 최고층 최고급 식당에서 이 동네 사람들 두달치 월급에 해당하는 최고급 요리를 한 끼 식사로 낼름 잡숫는 호사를 누리다가 순식간에 극빈층으로 전락한 왜소하고 헐쭘하기 짝이 없는 동양계 외국인 여행객 둘을 태우고 땀을 삐질삐질 흘리면서 네모난 돌로 바닥을 깐 울퉁불퉁하고 경사진 어둑어둑한 오래 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