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 17

묵은 틀 깨야 새싹

묵은 틀 깨야 새싹 “조합장님, 형님, 명절 선물 좀 수입 농산물로 하지마! 쪽팔리게 어떻게 농협에서 다른 데도 아니고 농협에서 선물을 수입 농산물을 돌리냐고?”“라면, 햄 이런 거 얘기하는 구나? 그럼 잡곡으로 할까? 잡곡 같은 거 돌리면 조합원들이 싫어하셔. 오셔서 바꿔간다고.”“농협끼리 서로 연대하면 되잖아. 우리 농협에 없는 거, 우리 농사꾼들이 농사 안 짓는 거, 예를 들면 양구만 가도 오미자 효소 있잖아, 그런 거 선물하면 되잖아, 양구에는 단호박찐빵 없을 거 아니야, 그거 서로 선물 하면 되지? 왜 안 하냐고?”“우리 농민들이 있잖아, 얼마나 웃기냐면, 바나나, 농협 하나로 마트에서 바나나 판다고 난리가 난 거야, 그 바나나 못 팔게 하는 바람에 하나로 마트 매출이 30%가 줄어든 거야.”“..

농업 2015.12.02

쌀값을 확 더 낮춰야 한다

쌀값을 확 더 낮춰야 한다 벼농사는 풍흉에 거의 영향을 안 받는 안정적인 농사다. 농사에서 거의 유일한 예측 가능한 소득원이다. 일 년 동안 대한민국 농민들이 지어내는 쌀의 총량은 320만 톤 정도이고, 쌀을 다 팔아서 받을 수 있는 돈은 7조원 정도다. 전체 농림어업 소득에서 쌀이 차지하는 비중은 15% 정도에 불과하다. 통계로 보면 우리나라에는 논이 밭보다 더 많다.논농사는 밭농사에 비해 쉽고 편하다. 경지정리가 완벽에 가까울 정도로 되어 있어 기계로 일을 하기 때문이다. 밭농사에 비하면 거저먹는 거나 다름이 없다. 논에 물을 대고 덩어리진 딱딱한 흙을 두드려서 잘게 부수고 전체 논에 물이 고르게 고이도록 논바닥을 평평하게 만들고 논둑을 다시 발라 물이 새나가지 않고 잘 고여 있게 만드는 일 등, 모..

춘천사람들 2015.11.27

우리농업이 처한 모순적인 상황에 대해서

농업․농촌․농민 -삼농(三農)은 마지막 사회 안전망이다 백승우(농부, 작가) 저는 우리 사회에 혹시 닥칠지 모르는 사회적 위기와 갈수록 벌어지는 빈부격차에 대한 얘기를 하려 합니다. 사회적 위기는 항상 사회적 약자부터 쓰러뜨립니다. 옛날부터 그랬지요. 사회적 위기는 강자에겐 기회이고 약자에겐 재앙입니다. 가물이 들거나 큰물이 나서 흉년이 들면 보리고개에 보리 한 말 꿔주고 유월 망종 지나 보리타작하면 한 말 반을 받았습니다. “장리”라고 합니다. 아주 죽을 지경이 되면 금리가 치솟아서 한 말 꿔주고 두 말 받는 “곱장리”까지 성행합니다. 못 갚으면 땅이 날라 갔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이는 똑같습니다. 우리도 1990년대 말에 경험하지 않았습니까? 사회에 몰아닥친 갑작스런 위기로 인해 극빈층은 노숙자로 나..

농업 2015.10.11

쿠바 연수기 파일

한 번에 왕창 다 보고 싶은 분을 위해 올립니다. 쿠바 유기농업 연수 보고서 백승우(화천 농부) “문제는 경제다”....쿠바 국제친선협회(ICAF) 부회장 “약값은 시장이 결정 한다”....쿠바유전생명공학센터(CIGB) 판매책임자 “경제는 확실히 점점 나아지고 있다”....트리니다드 민박집 주인의 남편 료말 “제기랄, 잘 사나 못 사나 어딜 가도 그저 돈 타령이다”...화천농부 백아무개 환상을 불러일으키는 이름, 쿠바 쿠. 바. 라고 하는 이 두 음절은 괜히 마음 속에 낭만적이고 몽롱한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혁명의 나라, 체게바라의 나라, 사탕수수와 럼과 시가와 재즈․살사의 나라, 카리브해의 진주라 불리는 나라 등등. 온갖 이국적인 정취가 물씬 풍겨난다. 게다가 최근에는 여기에 덧붙여 유기농업과 도시농업..

끄적이기 2013.01.02

귀농하려면 돈이 얼마나 필요하나요?

[전원생활 2006년 12월호에 쓴 글] 귀농하려면 돈이 얼마나 있어야 하는가요? “자네 부자 됐다면서?” “예? 무슨 말씀이세요?” “땅 사가지고 간 게 값이 많이 올랐다면서?” “예에~. 무슨 말씀이시라고. 오르긴 올랐어요.” 4년 동안 살다가 떠난 고성리에 가니 벌써 소문이 다 났습니다. 절대 빚은 지지 않겠다는 불문율을 깨고, 정부에서 시골로 귀농하는 사람들에게 빌려주는 정책자금(취농창업후계자자금)을 받아 땅을 샀는데 갑자기 값이 많이 올랐습니다. 빚을 내서 땅을 살 때, 얼마나 고민이 많았는지 모릅니다. 농사지어서 과연 이 빚을 다 갚을 수 있을까, 3천 평이 넘는 땅을 농기계 하나 없이 다 지을 수 있을까, 빚낸 돈이 조금 모자라 있는 돈 없는 돈 다 쓸어 모아서 땅 사는데 써버렸는데, 무얼 ..

귀농 2012.05.29

겨울이 길어서 좋아라

[2006년 11월 전원생활에쓴 글] **사진 시골로 내려오던 첫해 가을에 젖 떼자마자 데려다 키운 라는 로마황제처럼 긴 이름을 가진 우리 복슬이. 서울로 돌아가고 싶은 생각이 들 때마다 ‘이 녀석을 어쩌나’ 싶어 시골을 뜨지 못 했습니다. ** 겨울이 길어서 좋아라! 이사하면서 원래 살던 형님께 여쭤봤습니다. “겨울에 기름은 얼마나 들어요?” “두 드럼 가지면 될 거다.” “두 드럼요? 얼마 안 드네요.” 이렇게 해서 저는 춘천에 사는 4년 동안 겨울에 실내온도 5도로 겨울을 나게 됩니다. 한 달에 두 드럼쯤 든다는 얘기를, 겨우내 두 드럼 드는 걸로 알아들은 거지요. 강원도의 겨울은 춥고 깁니다. 상강 전에 서리가 내리고, 입동 전에 얼기 시작해서 이듬해 춘분쯤 되어야 언 땅이 녹으니, 다섯 달은 겨..

귀농 2012.05.29

아름다운 사람들, 귀농자들

[2006년 10월 전원생활에 쓴 글] ** 사진 설명 : “백창우와 굴렁쇠 아이들”을 초청한 ‘송화초등학교 아이들 공부방 기금 마련을 위한 콘서트’에서 송화초등학교 아이들이 노래하는 모습입니다. ****** 아름다운 사람들, 귀농자들 유기농산물의 경우, 원활한 유통망이 갖춰져 있지 않기 때문에 농민들이 직접 나서서 농산물을 유통시키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는데요, ‘강원유기농유통사업단’도 그 중 하나입니다. 지난 2000년에 이미 강원도 춘천, 화천, 양구, 홍천 등지에서 유기농업을 하시는 분들이 힘을 합쳐 연합체를 만들고 유기농산물을 유통시키기 위한 노력을 했는데요, 경영이 매우 힘들었습니다. 몇 년 동안을 적자에 허덕여야 했는데, 작년에 강원도 홍천으로 귀농하신 우평주님이 경영에 직접 참여하고..

귀농 2012.05.29

풀, 지구를 지키는 전사

[전원생활 2006년 9월호에 쓴 글] 풀, 지구를 지키는 전사(戰士)! 농사짓는 귀농이라면 마땅히 풀에 대해 경외(敬畏)하는 마음을 가져야 합니다. 사람들은 흔히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고들 하는데요, 이게 상당히 뻥이라는 걸 주말농장이라도 해 본 분이라면 잘 아실 겁니다. 그저 콩을 심어도 풀이 나고 팥을 심어도 풀이 납니다. 냅두면 풀밭이 되지 절대 콩밭이나 팥밭이 되지 않습니다. 풀은 정말 인간이 도저히 어떻게 해 볼 수 없는 위대한 생명체입니다. 농사를 지어보면 인류가 발전시켜온 문명이라는 게 풀을 극복하는 과정이 아니었나 생각될 정도입니다. 풀이 얼마나 생명력이 강하고 잘 자라는지는 겪어 보지 않은 사람은 절대 모릅니다. 유월에 잠시 방심하면 유월 하순부터 시작되는 우기..

귀농 2012.05.29

땅이 주는 위안과 평화

[전원생활 2006년 8월호에 쓴 글] ** 벌써 10주년을 맞은 전국귀농본부. 전북 정읍에서 이사회를 마치고 기념사진을 찍었다. 맨 왼쪽이 귀농운동본부를 창립하고 이끌어 오신 이병철 상임대표. 땅이 주는 위안과 평화 춘천으로 들어와 첫해에 주력했던 농사는 깻잎입니다. 얼음이 녹자마자 잎들깨 씨앗을 상토에 넣어 모를 키우고, 언 땅이 풀리면서 본밭에 퇴비 뿌리고, 갈고, 로타리 쳐서 어린 모를 심었습니다. 이제 슬슬 전문용어가 나오죠? 상토는 뭔가 하면 한문으로 쓰면 상토(床土)로 모판에 넣는 흙을 말합니다. 모판은 모를 길러내는 판이지요. 농사꾼이 농사를 지을 때, 논밭에 바로 씨앗을 뿌려서 재배하는 방법도 있고, 모를 미리 길러서 어느 정도 크면 밭에 옮겨 심는 방법도 있습니다. 모를 미리 길러 옮겨..

귀농 2012.05.29

너무 빨리 내닫거나 느리지도 않게

[전원생활 2006년 7월 호에 쓴 글] “너무 빨리 내닫거나 느리지도 않게”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전남 화순에서, 시골 내려가면 꼭 해보고 싶었던, 거의 대부분의 일을 다 해보았습니다. 꿈같은 1년을 보냈습니다. 그렇지만 제게는 아직도 농사지을 땅도, 집사람이랑 편안하게 지낼 집도 없었습니다. 게다가 여러 가지 문제, 예를 들면 함께 지내던 사람들과의 불화, 경제적인 곤궁, 안사람의 불평 등등 많은 문제가 겹쳐서 서울로 다시 올라오지 않으면 안 되었습니다. 서울에 올라와 보니, 벤처 열풍이 온 도시를, 온 나라를 한바탕 휩쓸고 지나간 후였습니다. 한 몫 잡은 사람들은 졸부가 되어 있었고, 한 몫 못 잡은 사람들은 신세한탄을 하며 어떻게 해야 단단히 한 몫 잡을 것인지 암중모색 하고 있는 걸로 보였습니다..

귀농 2012.05.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