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리니다드 2

팔. 트리니다드 vs. 비냘레스

트리니다드 vs. 비냘레스 트리니다드는 구아바나처럼 옛날 집과 옛길을 그대로 둬서 완전 횡재한 동네다. 쉼 없이 밀려드는 여행객들 덕분에 잘 먹고 잘 살고 있었다. 연수단이 철수한 날 저녁 일곱 시 반쯤, 번쩍번쩍 빛나는 반팔 셔츠(츄리닝이다)며 무릎 바로 위까지 오는 반바지(이것도 츄리닝이다)며 신발까지 온통 나이키로 치장한 젊고 덩치 큰 흑인 인력거(사실은 자전거거)꾼이, 함께 있던 연수단이 철수하면서, 아바나 최고층 최고급 식당에서 이 동네 사람들 두달치 월급에 해당하는 최고급 요리를 한 끼 식사로 낼름 잡숫는 호사를 누리다가 순식간에 극빈층으로 전락한 왜소하고 헐쭘하기 짝이 없는 동양계 외국인 여행객 둘을 태우고 땀을 삐질삐질 흘리면서 네모난 돌로 바닥을 깐 울퉁불퉁하고 경사진 어둑어둑한 오래 된..

쿠바농업연수 2013.01.15

칠. 쿠바 식당 상차림

쿠바 식당 상차림 “제발 메뉴를 좀 보고 주문해서 먹어 보면 원이 없겠다.” 우리 연수단원 중 한 분은 이렇게 푸념했다. 식당에 들어가 자리잡고 앉으면 서빙하는 직원이 와서 묻는다. “물, 콜라, 주스, 맥주, 우유(분유다. 생우유는 냉장유통해야 하는데 쿠바는 아직 냉장유통 체계가 안 돼 있다.) 중에 뭐 마실래?” 물을 그냥 주고 추가로 뭘 마실지 묻는 게 아니다. 물도 선택지 중 하나다. 나중에 보니까 코스 요리가 아니고 단품 식사일 때는 얘들도 다 계산해야 한다. 1~1.5쿡(쿡은 쿠바에서 쓰는 외국인 전용 태환화폐로 달러와 등가다). 다음은 뭘 먹을지 골라야 하는데, 어디나 똑같다. 이런 식이다. “닭 먹을래? 돼지 먹을래? 생선 먹을래? 버거 먹을래?” 트리니다드 민박집에서 주인 빅토리아의 남편..

쿠바농업연수 2013.0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