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내華川공부

으악! 경악! 우리나라 노인 의료 복지 시스템!

아하 2012. 2. 1. 10:02
어제 노인회관 들러서 점심 얻어 먹었다.
오음리 농협 마트에서 사과 좀 사서 들고 가려고 갔다가,
농협 황전무님한테 인터넷 마케팅에 대해 잠시 컨설팅해드리느라 점심 시간, 12시를 조금 넘기고 말았다. 

 


할머니들 점심 다 잡숫고 설겆이들 하시다가 밥상 차려 주셔서 혼자 독상 받아 앉아서 꾸역꾸역 먹는데
할머니들 서너 분이 밥상 주변에 둘러 앉아 나 밥먹는 거 구경하신다.

원씨아저씨네 아주머니가 살짝 옆구리 찌르시더니 은근하게 작은 목소리로 물으신다.
"치매 검사는 와서 해주는 거 없어?"
"예? 잘 모르겠는데, 왜요?"
"우리 아저씨가 조금 이상해서 그래."
"에?? 건강하신 분이 왜요?"
"아는 사람들은 다 아는데, 가끔 그렇게 이상한 짓을 하고 그래."
"그럼 병원 가셔야지."
"자기는 치매 아니라고, 안 간다고 하니까 그렇지."
"그래요? 그럼 제가 좀 알아 볼께요."
"그래요. 알아봐 줘. 아저씨한테는 아는 체 말고...."

밥 먹고 나와서 전화를 걸었다.
일빳따. 간동면사무소. 복지담당. 이유진씨.
"우리 동네 어르신 한 분이 이러저러해서 그러는데, ...."
말을 채 마치기도 전에,
"어느 분이요?"라고 묻는다.
나는 속으로 '내가 누구라고 그러면 니가 알아?'라고 생각은 했으나 부드럽고 친절하게
"원 머시기 아저씨요."
"아, 원 머시기 아저씨요."라고 대번 아는 체를 한다.
아, 우리 동네 아저씨들을 다 알고 있다. 놀랍다.
"그러시면, 유촌리 보건소에 의사(군복무 대신하는 의무 진료)가 있으니까 우선 거기 한 번 물어보시고요,
화천군 의료원에 담당 업무 하시는 분이 있으니까 거기로 알아보시면 돼요. 제 업무는 저소득층 지원이라서,
제가 직접 처리하기는 어렵겠어요. 일단 전화는 한 번 드려 볼께요."

이빳따. 유촌리 보건소. 유촌리는 우리 용호리에 인접한 리다. 1.2키로 정도 걸으면 된다.
하지만 우리 동네서 유촌리까지 길은 차길뿐이다. 인도는 없다.

"이러저러해서, 가정 방문 치매 검사가 가능한지? 아니면 보건소로 나가면 검사를 받을 수 있는지?"
"저희는 검사할 수 있는 전문적인 시스템이 없구요,  진료만 해요. 의료원으로 알아보세요."
"글쿤."

삼빳따. 화천군 의료원. 용호리에서 의료원이 있는 화천읍까지 거리는 15키로미터. 구불구불 산길이다. 하루 버스(마을버스만 한 작은 버스가 다닌다)가 열 번쯤 있다. 버스를 타면 40분쯤 가야 한다. 승용차로 밟으면 10분, 느긋하게 가면 20분.

"이러저러해서,...."
"예. 담당자 바꿔드릴께요."
한 번.
"이러저러해서..."
"예, 간동면 담당 바꿔드릴께요."
두 번.
"이러저러해서..."
"어느 분이요? 그 분 성함이 어떻게 되시죠?"
세 번째 정확히 연결됐다.

"원머시기요."
"아~, 할머니 성함은 전머시기죠?"
나보다 더 잘 알아, 씨~~. 내가 할머니 성함을 어떻게 아냐고? 한 번도 못 들어 봤는데. 그냥 "원씨아저씨 네"가 그 할머니 호칭이라고!!!

자세히 상담을 해줬다.
지난 주에 와서 자기가 두 분 하고 건강상담을 했는데, 특별한 문제는 발견하지 못 했다는 것. 
할머니가 그렇게 판단하시는 사례가 어떤 건지 내게 물었으나 나는 모른다...고 답했다.
그러면,
자기가 이번 주는 다른 일정이 다 잡혀 있어서 바로 오기는 좀 어렵지만,
다음 주 초쯤에는 나올 수 있으니, 일단 치매 간이 검사를 한 후에, 문제가 발견되면 후속조치(정밀 검사 및 투약)를 하겠다고
전화해줘서 고맙다고, 내게 인사를 한다.

당신이 왜 고마워?
내가 고맙지.

정말 놀라웠다.
정말 놀랍다.

면사무소에 찾아갔다.
우리 동네 노인들한테 제공되는 노인의료서비스에 대해 좀 물어봤다.
담당자 이유진씨는 저소득층 종합 지원이다. 
노인(만 65세 이상)의 실태를 정확하게 다 파악하고 있었다.

이런 노인 복지 서비스가 언제부터 시작되었나? 
내가 처음 일 시작할 무렵(2006년)으로 알고 있다.

2006년...이라....누구지?
역대 보건복지부 장관을 검색해 보니, 이렇다.
"보건복지부 유시민 柳時敏 2006-02-10 ~ 2007-05-22"

난 유시민씨를 개인적으로, 별로 좋아 안 한다.
그런데, 진짜 큰 일을 했다.
이제는 좋아하기로 마음을 바꿨다.
정말 굉장한 일이다.
대한민국 만세다!!!!!!!!!!!!!!!!!!!
내 놀라움과 경악의 강도가 얼마나 세고, 깊은 것인지 여러분들은 상상도 못 할 것이다.

시골 독거 노인의 삶이란 게 어떤 건지 잘들 모르시니까...
또한 현재 진행되는 시스템이, 내가 머리 속으로 그리는 "이상적인 상황"을 외려 뛰어넘어 있는 것이다.
대체 어떻게 이런 대단한 일이 벌써 다 이루어졌다는 것인가!!!!

좋아만 해서는 안 될 듯.
진짜 유시민씨를 존경하게 될 듯하다.
(이렇게 쓰니까 현역 정치인 정치홍보 해주는 거 같아서 찝찝하긴 하지만, 그런 목적으로 쓴 글이 절대 아니다.
나는 아마도 고 김근태님 장관시절 아닐까 싶었는데...김근태님은 유장관 바로 앞 장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