끄적이기

팔구들아 우리가 모범이 되자

아하 2012. 1. 31. 03:11

내가 하고 싶은 진짜 얘기는, 우리가 적어도 일 년에 한 번은 만사 제껴놓고 일순위로, 꼮 만나야 하는 이유를 하나 만들자는 것이다.
차차 하기로 하고,

우리 동기들 모임 있었다는 소식 듣고 든 생각은 두 가진데,
첫째는 다 확인 된 바는 아니나, 우리 동기들 무탈하게 다들 잘 살고 있는 것 같아 반갑고 기뻤다.
버트, 그러나,
둘째는
우리 학번의 첫 직선 과대표(우리들의 대성리 첫 엠티를 무려 답사까지 해가면서 준비하고 실행하여 성황리에 끝마치는 과정에서 그 눈물겨운 헌신성을 입증한 바 있는)였고, (한전숙 선생과 함께 했던 지리산 일대 졸업여행을 기획하고 실행한 유능하기 짝이 없는) 끝 과대표였던, 감히 나를 빼놓고, 이런 모임을 가졌다는 데 대해서 극심한 분노와 배신감, 인간에 대한 실망과 좌절을 넘어 서글픔과 비애를 동시에 느껴야 했던 것이다.
역시 버트, 그러나,
이 모임을 주도한 분이 박창우란 걸 알고, 아, 이 대목에서 상당히 쪽팔리지만 공개적으로 창우한테 사과하고 용서를 빌기로 마음 먹었다.

 


"창우야, 나는 니 결혼식 열라 신나서 달려갔는데, 곧 이어 있은 내 결혼식 니가 쌩깠다고, 내가 쫌생이 마냥 맘이 상해서, 나는 네가 좀 불편해지라고 아주 의도적으로, 너한테 불쾌감을 주는 언행을 했어. 네가 그걸 알든지 모르든지, 네가 그걸 기억하든지 못 하든지 이건 사실이야. 요즘 유행하는 말로 이건 팩트야. 나는 내가 그때 너한테 그렇게 한 점에 대해서 그 뒤로 줄곧 부끄러웠고 미안했어. 지금도 부끄럽고 미안하다. 용서해다오. 진심으로 사과하고 용서를 빈다."

아~, 시원하다.

이제 사과도 했으니...곧 다시 정식으로 모임을 갖는단 얘기를 재홍이한테서 듣고, 재홍인 얼마나 기특하냐! 전화를 다 하고^^, 
매일 친구들 생각나고, 영환이 준화 영호 광수 등등이 보내준 메일 보면서, 마음엔 꽃이 피고 얼굴엔 웃음이 번진다.

(아, 물론 이 대목에서 괘씸한 놈도 있다. 박병석이다. 내가 시골 내려와 살려고, 아직 떠돌던 시절, 영국 나들이를 하고 싶어져가지고, 마침 당시에 영국에서 공부(라클라우, 무페 뭐 이런 사람이 싸부였을 것이야)하고 있던 병석이한테 어찌어찌해서 메일을 보내고 그랬다. 그때 내가 돈이 없어서, "야, 병석아, 한국에서 담배를 잔뜩 사가지고 가서 팔면 그걸로 왕복 비행기값 정도는 나온다는 얘길 들었는데, 그렇게 하면 어떨까?"라고 물었더니, 병석이 얘기가, "이러이러해서 위험하고, 옳지도 않은 일인데 뭐하러 그런 짓을 하려고 하니?" 그랬지. 그래서 나는, "아, 그렇구나." 그랬지. 좋다 이거야. 여기까지는 좋은데, 이 나쁜 자슥이 그 뒤로 한 번도 연락을 안 하는 것이야. 그러니 이거 사람 완전 우습게 되는 거 아니냐고....왈왈...으르렁...이 나뿐노마!!!!!!!!!!!!!!! 뭐라고? 나보고 소심하다고? 그러타!!!! 나 완전 소심인거 여태 몰랐냐? 그러고도 니가 내 친구냐~~~~? 나 완전 소심하고 쉽게 상처받는 놈이야~~!!!)  

고래고래 소리라도 지르고 나니 좀 시원하네^^

(아, 또 한 놈 있다. 이영환이다. 영환이가 미국 나가 공부하다가 5년만인지 7년만인지, 하여튼 미국 나간 후로 첨이라며 한국에 들어왔었다. 고국에 들어왔다는 기쁨이 얼굴에 가득해서 나까지 막 기뻐질 정도였으니까. 마침 한국에 오자마자 안선희가 결혼식을 올려서 예식장에서 만난 거였어. 반갑게 만났는데, 영환이는 아직 싱글이었고, 싱글에서 벗어나고픈 의욕도 강했지. 그때 마침 줄곧 동행했던 미모의 싱글인 여성 후배가 있었으니....둘이 잘 어울릴 것 같은 삘이 팍 왔지. 영환이 영구귀국하면 엮어야지, 라고 맘 먹고 나는 그날부터 작업 들어갔거덩. 몇 년 걸려서 작업 마치고, 이제 둘을 만나게만 하면 되겠는데, 영환이가 연락이 안 되는 거라. 첨엔 장난삼아 찾다가, 애타게 찾았지. 이때 공연히 원태만 나땜에 귀찮았을 거야. 그리고 내내 걱정하고 있었는데, 어느 날 띡. 결혼도 했다고 하지, 행복하게 잘 산다고 하지, 뭐, 이러니까, 우리 후밴 아직도 싱글이고, 이거 완전 나만 망한 거잖아!!! 걱정한 거 물어내!!!!!!!!!!!! 우리 후배 이제 니가 책임져!!!!!!!!)

뭐, 그래도 내가 너어얼븐 아량으로 용서해 준다.
일단 개인적으로 해야 할 얘기는 대충 된 것 같고...

아, 내가 시골 와서 쎄빠지게 농사짓고 사니까, 어떻게 사는지 다들 궁금하지?
그럴 줄 알고, 지난 십수년 동안 시골 내려와 살면서 생활하고, 생각하고, 연구한 것들을 "농부네 마을"이라는 엄청나게 유명한(다음 검색어 "귀농"에 뜨는 일반 사이트 순위, 문이 닫힌 지금도 넘버 쓰리) 내 개인 홈피(http://dasallim.com)에 아주 자세하고 깔끔하고 재미있고 유익하고 아름답게 잘 담아 놓았는데, 지난 여름, 뭔가 기술적인 문제가 생겨서 닫혀버렸다. 나는 이 문제를 해결할 능력이 없다. 몇몇 사람에게 도움을 청했지만 아직 해결하지 못 했다. 그러니 "잃어버린 10여년"이다. 묻지마라. 괴롭다. 혹은 장~~~~~~~황하다.

자 각설하고 이제 슬슬 본론으로 들어가보자.
내가 수없이 많은 단체를 기웃거려봤는데(꼭 쥐바기같다^^),
어떤 모임이,
유지되고 발전하며 시간이 지날수록 결속력이 커지고 구성원들 사이의 유대가 깊어지기 위해서는 두 가지 조건이 갖추어져야 한다.
두 가지가 뭐냐?
재미와 보람이다.
재미는 있는데 보람이 없으면 허무하고 공허해서 깨지고, 보람은 있는데 재미가 없으면 무겁고 칙칙하고 지쳐서(한마디로 재숫대가리 없어서) 깨진다.

재미란 놈이 재미난 놈이어서 '한계효용체감의법칙'을 완벽하게 실현한다. 허기질 때 첫 술 떠 먹는 밥은 달고 맛있지만 허기 달래고 나면 맛있어야 먹고, 배부르면 진짜 맛있어야 먹고, 배부른데도 먹이려면 지이이이인짜 맛난 거 있어야 된다.
모임이 반복될수록, 역설적이게도, 모일 이유가 점점 줄어든다.

보람은 '남 좋은 일'할 때 생긴다. 의사의 보람은 환자의 완치고, 선생의 보람은 제자의 성숙이고, 부모의 보람은 자식의 행복이고, 농사꾼의 보람은 소비자의 건강과 기쁨이다. 이렇게 나 아닌 남 좋은 일 시킬 때 보람이 생긴다. '희생' 운운하며 남 좋은 일 열라하다 보면, 괜히 손해보는 것 같고, 지치고, 힘들어서 오래 못 한다.

그래서 재미와 보람은 붙어야 한다. 딱붙어야 한다. 재미도 있고 보람도 있어야 행복하고, 오래오래 할 수 있다. 
나는 인생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하는데, 그래서 요즘 이런 말도 새로 생겼다.

"재미와 보람은 깜깜한 인생 길 밝히는 쌍라이트!"    -『伯秀子』,한국, 21세기-

캬~, 멋지지 않냐?
뭐, 그래서, 우리 모임도 아예 처음부터, 재미와 보람을 동시에 설계해서 시작하자는 것이 내 얘기인 것이야.
내 제안은 이런 것이다.

"1년에 하나씩 앞으로 40년 동안 학교 40개를 세우자!"
어때?
멋지지?
무슨 돈으로?
우리가 모아서.
무슨 수로?
500만원이면 하나 세워.
겨우 500만원으로 학교를 어떻게 세워?
겨우 500만원으로 학교 하나 세울 수 있는 데다가 세우면 되지.
그런데가 어딨어?
세계 곳곳에 널렸어.
아하, 세계적으로 놀자는 얘기?
글치글치.
근데 어떻게?
이렇게.
나: 당신들 학교 필요해?
너: 그래, 왜? 지어줄래?
나:  아니. 니가 지어. 내가 자재 대주께. 지을래?
너: 응.
나: 그럼 땅도 내놔. 내놀래?
너: 응.
나: 자~, 그럼 시작하자. 일하러 오면 밥도 먹여는 주께. 까짓거 먹고 살기들도 힘든데 일당도 쳐주께.
너: 어, 고마워. 근데, 운영은 어떻게 하냐?
나: 내가 어떻게든 힘써볼거니까 일단 학교부터 짓자.

하루 1달러 미만으로 온식구(7~10명)가 살아가는 사람들 참 많다.
일년 열 두달 중에 하루라도 제대로 배불리 먹는 날 거의 없는 이 사람들이 학교 세우자고 하면 다 그러자고 한다.
학교 세우라고 그 나라 정부에 돈 갖다 줘봤자 높은 놈들, 업자들 배나 불리고 만다. 학교 운영도 이루어지기 어렵다.
운영까지 책임 질 생각으로 시작해야 한다.
1:1 결연 후원은 보람도 크지만 위험도 크다. 후원을 받는 입장에서는 이제 자신의 운명이 얼굴도 모르는 저 다른 세상 누군가한테 맡겨져 버리는 셈이다. 게다가 이건 재수다. 엄청나게 재수가 좋아야 나한테 후원자가 배정된다. 배정되지 않은 대부분의 아이들은 로또 맞길 바라는 심정으로 일상을 살게 된다. 엄청나게 슬픈 일이다.
곳곳에 생각지도 못 한 함정이 도사리고 있으니 누군가를 "돕는다" 할 때는 정말 지혜롭게 살피고 또 살피고 잘 살펴야 한다. 

배고픈 사람은 먹어야 합니다.
아픈 사람은 치료받아야 합니다.
아이들은 제때에 배워야 합니다.  --한국JTS

재미 있는 거는, 이미 우리나라에도, 세계 곳곳에서 아무 대가 없이, 어떠한 종교적인 목적도 없이, 그들의 문화를 존중하며, 이렇게 학교 짓고 다니는 사람들이 참 많다는 거, 또 이렇게 학교 지어 놓으면, 아무 대가 없이, 어떠한 종교적인 목적도 없이, 그들의 문화를 존중하며, 목숨 걸고 가서 학교 운영에 참여하는 사람도 참 많고, 학교 운영하는 데 쓰라고 돈 내놓는 사람도 참 많다는 사실이다.

나도 몇 년 전에 직접 가서 보고 왔는데, 인도 둥게스와리 하리잔마을에 있는 「수자타아카데미」가 엊그제 "SBS스페셜, 맨발의 아이들 선생님되다"에 소개됐다. 
(근데, 내가 보기에 이거 찍은 피디가 역량이 좀 부족했다. 마치 이 아이들의 비전이 '황홀한 도시'인 것처럼 편집해 놓았다. 그건 아니다. 학교를 세우고, 필요해서 보건소(병원)를 세우고, 또 필요해서 면사무소업무(정확한 주민 현황 파악 및 긴급지원 등)까지 떠맡고, 또 필요해서 마을개발사업까지 하고 있기는 하지만, 이 모든 일의 목표가 "그들도 우리처럼"이 아니다. 만일 전세계 인민들이 우리처럼 살면, 그날로 지구 문명은 끝이다. "우리가 그들처럼" 살아야 할 어떤 대안 문명 모델을 그 곳에서 함께 찾고 있다. 온 지혜를 다해서 연구하고 시도하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척박하고 가장 가난하고 그 어떤 것도 없는 곳이라서 여기서 뭔가 찾아내면 곧바로 전세계의 모델이 될 수 있다. 사실은 나도 맨날 여기로 달려가고 싶어~~!! 일하기 너무 힘들 때...ㅋㅋㅋ)
 
자~, 다시 돌아가서, 우리가 하루에 1달라(담배 반갑)씩만 모아도 가능한 일이다.
10년쯤 되면 학교 열 개가 세워질 것이고, 그 때쯤 제대로 날 잡아서, 우리가 돈 모아 세운 학교 순방 여행 떠나는 거다.
정말 멋진 여행이 되지 않겠냐?
생각만 해도 막 가슴이 콩닥콩닥 뛴다.

난 자식이 없다만, 우리 새끼들이 그 나라로 나중에 놀러를 가거나 사업한답시고 찾아갔을 때, 우리가 한 일로 인해서 그나마
총 맞을 거 칼로 대신 맞고, 욕 먹을 거 좀 덜 먹고, 싸울 거 안 싸우고, 안 될 일이 어찌어찌 성사 되고....뭐 그리 될 수도 있는 것이고...
그리 된다면,
우리가 씨앗을 뿌려서 우리 새끼들이 그 열매 따 먹으면 저승에 있어도 기쁘찌 않겠냐?

다음 세대에게 제대로 된 일자리도 못 만들어주는 우리들, 이 무능하고 못난 아비세대가
자식들 손자들한테, 그래도 매일매일 푼돈이라도 모아서
이런 일이라도 좀 해줘야 되지 않겠냐?

게다가 이런 고리가 하나 있으면, 우리 학번 모임 있다고 연락 왔을 때, 아무리 바쁘고, 아무리 피곤하고, 아무리 열 받는 일 있고, 아무리 급한 일 있어도, 다른 일 다른 이유 다 접어놓고 무조건 꼭 모임에 나와야 하는 정말 좋은 껀수가 되지 않겠냐? 왜냐? 참석 안 한 놈 돈은 안 받는다, 이럴 거거덩^^.
어때? 다들?
멋지지?
뭐?
에이, 조타. 혹시라도 1년분 참석한 놈끼리 다 모았는데 5백만원 안 되면 나머지 모자라는 거 내가 다 낸다. 됐나? 내가 농협에 지불하는 하루평균 이자(농가부채라고 들어나 봤나?)만 해도 00000원이다, 젠장! 

무려 대~~한민국에, 서울대~~에, 그것도 모자라 무려 철학관데, 이런 대~~~~단한 자들이 모였다는데, 그래도 이정도는 해야 하는 것 아닌가? 이 정도는 돼야 안 쪽팔리지는 않아도 덜 쪽팔리는 것 아닌가?
술이나 처먹고 룸살롱이나 처가고 로비나 처하고 지들끼리 서로서로 처엉키고 처설켜서 해처먹을 궁리나 처해대는 그런 시궁창 쓰레기같은 새끼들하고는 좀 다르게, 품위있게, 고상하게, 멋지게, 아름답게 모여야 하는 것 아닌가? 좆도! 그래야 쫌 덜 쪽팔릴 것 아냐? 그런 생각이 들었다.

팔구들아, 우리가 모델이 되자.
우리는 이렇게 동문모임한다고 동네방네 떠들고 다니자.
다른 애들이 시기, 질투하게 하자.
그래서 막 따라하게 하고, 우리보다 더 잘 하려고 열~라 뭔가 하게 만들자.
어때?
좋지?
끝!

추신:
야, 근데, 우리 동문 모임을 근사한 호텔 부페 이런데서 쫌 하면 안 되겠냐? 나 회사 다닐 때 부서비 나온 걸로, 우리 팀은 한 달에 한 번씩 호텔 부페 쭉 돌아가면서 점심 먹었는데, 우리는 얼른 먹고 회사에 일하러 들어가야 하니까, 열라 빨리 몰아 넣고 후다닥 나와야 했거덩.
그 맛난 것들을 두고 나오려니 어디 발걸음이 떨어지냐? 자꾸 돌아보게 되는데, 그때 제일 부럽고 얄미웠던 사람들이 계 모임 나온 아줌마들이었어요. 느긋하고 우아하게 수다떨면서 꾸역꾸역 먹어대는 모습이.....얼마나 부럽던지!!! 그래서 나도 나중에 저거 꼭 해봐야지..라고 굳게 맹세했거덩. 하지만 여태 못 하고 있고, 앞으로 할 가망도 거의 없어 보이니...호텔 부페 진짜 좋다니까. 편안하지 아늑하지 자리 넓지 먹을 거 대따 많지 커피도 있지 술도 있지 오래 있어도 나가라고 안 하지...진짜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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