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꾼은 깡패다. 법과 제도라는 것이 단지 허울이라는 것을 누구나 안다. 줄려고 마음만 먹으면, 어떻게 해서든 줄 수 있다는 것, 주기 싫으면 법과 제도를 핑계삼는다는 것을 누구나 안다. 지게작대기를 들고 쳐들가가서 깽판을 쳐도, 쟤들은 꼼짝 못 하고, 결국 나는 무사하다는 것을 누구나 안다. 농사꾼은 오랜 경험을 통해 법과 제도 위, 정치의 영역에 있다. 농사꾼은 정치가다. 내 몸뚱아리로 내가 일해서 내가 벌어먹고 사는데, 어느 잡놈이 나를 건드려? 농사꾼은 자기 삶의 주인이다. 두려울 것이 없다. 농사꾼은 단순무식하다. 눈 앞의 현상, 내가 한 경험, 내 친구들에게 들은 친구의 경험으로 인식이 한정돼 있다. 현상의 이면을 보지 못 한다. 날고 뛴다고 해 봐야 가진 놈, 쎈 놈들의 손아귀를 벗어나지 못..