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농업연수

오. 전봉준과 호세마르티

아하 2013. 1. 14. 16:26

전봉준(1854~1895)과 호세마르티(1853~1895)

쿠바의 모든 국공립기관에는 호세마르티상이 서 있다. 툭 튀어나온 역삼각 대머리에 카이저수염을 단 채로 두 눈을 부릅뜨고 내려다보고 있다. 호세마르티는 시인이자 저널리스트이며 사상가이고 직접 조직을 꾸리고 전장에서 말을 타고 총을 쏘며 무장투쟁에 나섰던 독립투사였다. 호세마르티가 염원했던 쿠바의 독립은 스페인으로부터의 독립이다.

 

쿠바 국제친선협회 회의실

 

호세마르티의 독립운동을 비유해 설명하자면 이런 것이다. 단순히 비유를 위한 것이니까 기분 나빠도 참아주시기 바란다. 예컨대, 1592년 조선을 침공한 일본(임진왜란)이 조선을 식민지로 만드는 데 성공한다. 일본인들은 조선인을 어쩌다보니 모조리 죽여버리게 되었다. 칼이 잘 드나 안 드나 시험 삼아 베어 보느라고도 죽이고 대드는 녀석들 본보기 삼아서도 죽이고 광산에서 정해진 만큼 금 캐는 양을 못 채운 녀석도 죽이고, 남자를 다 끌어다가 광산에서 일 부려먹어야 하니까 여자들을 동원해 농사를 짓는데 먹을 걸 조금 주고 일만 시키다보니 과로로도 죽고 절망해서 자살도 하고 애도 낳지 못하고 태어난 아이도 영양실조로 죽고 산 아이도 어미가 죽이는 상황이 발생했다. 이로 인해 조선 땅에 조선 종자는 고만 씨가 마르고 말았다. 일 부려먹을 사람이 씨가 말랐으니 할 수 없이 멀리 유럽에서 흰둥이들을 잡아다가 부려먹게 되었다. 어찌어찌해서 인구도 늘어나고 조선 땅에서 나고 자란 일본인들도 많아지게 된 것이다. 이렇게 4백여 년이 흐른 1992년쯤 조선 땅에서 나고 자란 자들(일본계, 일본+흰둥계, 일본+조선계, 흰둥계 등)이 조선 땅에서 나는 대부분의 재부를 빼앗아가며 정치사회적 불평등을 강요하고 사사건건 간섭하며 폭압을 휘두르는 일본 본토를 향해 독립투쟁에 나선다. 이 싸움은 결정적으로 일부 일본계 지식인층이 해방을 염원하며 끊임없이 저항해온 흰둥계들의 편에 서면서 식민지조선대 일본이라는 전면전의 양태를 띄게 되었다.

 

아바나시(市) 00구(區) 베다도동(洞)에 있는 농산물시장

 

조선을 쿠바로, 일본은 스페인으로, 흰둥계를 흑인으로 바꾸면 딱 맞다. 때는 1892년이다. 네 종류 인간들의 평등과 정치경제 활동의 자유를 내세운 이 같은 독립 혹은 혁명운동은 당연히 반제국주의와 반봉건주의적(인종차별과 남녀차별의 철폐) 성격을 띈다. 독립운동의 선두에 선 자가 말하자면 호세마르티다. 마르티는 체게바라(1928~1967)와 피델 카스트로(1926~)의 영웅이자 1956년 11월 멕시코 유카탄 반도에서 조국의 혁명을 위해 그란마호에 올랐던 무모하기 짝이 없는 여든 두 명 몽상가들 모두의 영웅이었을 것이다. 

호세마르티를 검색해서 생몰연대를 확인하고 첫 번째로 떠오른 사람이 전봉준이었다. 호세마르티의 생몰연대는 녹두장군 전봉준의 생몰연대와 거의 정확하게 겹친다. 청과 일본 러시아와 미국과 영국 프랑스 등 세계 열강이 조선에서의 이권을 차지하기 위해 혈안이 되어 정치 군사적으로 각축하는 중앙정부는 혼란에 빠져 지역 장악력이 미약해지고 이런 권력 공백상태를 이용해 지방 관리들의 수탈과 폭압이 더해져 가는 가운데 제국주의의 정치 경제적 침탈에 반대하고 봉건적 사회질서의 개혁(신분제 철폐와 남녀평등으로 상징되는)을 요구하며 떨쳐 일어났던 동학농민혁명의 한 가운데에 녹두장군 전봉준이 서 있었다.

 

사진출처 http://theplace2012.tistory.com/73?top3

전봉준과 호세마르티, 이들 두 사람은 같은 시간대에 제각각 다른 공간에서 같은 목표, 즉 반제국주의와 반봉건이라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 민중들과 함께 목숨을 건 싸움을 진행하고 있었다.

운 좋게도 호세마르티의 후예들은 지지부진한 전봉준의 후예들과는 달리 1959년 벽두에 혁명을 통해 정권을 장악하는 데 성공했다. 제국주의자들을 쫓아냈으며 여러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지금까지 꿋꿋하게 “인민 모두가 평등하게 정치적 자유와 경제적 풍요를 누리는” 혁명의 정신을 실현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쿠바 유전공학생명공학센터 (왼쪽부터 수도권생태유아공동체 사무국장 김영연, 강원유기농 이사 백승우, 화천장기귀농학교장 박기윤, 장안농장 대표 류근모, 환경농업단체연합회 사무총장 최동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