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농업연수

일. 환상을 불러일으키는 이름, 쿠바

아하 2012. 12. 26. 19:11

 

쿠바 북서부 농촌 관광 마을 "비냘레스". 나는 그림자로만 참여했다.

환상을 불러일으키는 이름, 쿠바

쿠. 바. 라고 하는 이 두 음절은 괜히 마음 속에 낭만적이고 몽롱한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혁명의 나라, 체게바라의 나라, 사탕수수와 럼과 시가와 재즈․살사의 나라, 카리브해의 진주라 불리는 나라 등등. 온갖 이국적인 정취가 물씬 풍겨난다. 게다가 최근에는 여기에 덧붙여 유기농업과 도시농업의 나라라는 명성을 얻고 있다. 그러니 누구나 그렇겠지만 나 역시 기회만 되면 한 번 가 보고 싶었다. 한편으로는 마치 낙원인 양 묘사되는 찬사의 말들이 넘쳐나고 다른 한 편으로는 독재와 빈곤으로 간단히 요약할 수 있는 악담이 유통되는 이 문제의 나라를 직접 가서 보고 싶었다. 선플과 악플이 난무하는 유명 연예인의 분칠을 걷어낸 쌩얼을 보고 싶은 마음이랄까.

특히 내 마음을 잡아 끈 것은 혁명일 것이다. 산업화와 민주화에 성공한 것으로 평가받는 대한민국 2012년의 현실은, 물질적으로 대단한 풍요를 누리고 있고 기본적인 인권의 보장과 함께 상당한 정치적 자유가 보장됨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대부분 피로감을 호소한다. 정신없이 팽팽 돌아가는 사회가 사람들을 정신 못 차리게 한다. 행복은 요원해 보인다. 민족은 여전히 두개로 쪼개진 채 군사적으로 대치하고 있고 빈부격차는 상상을 초월한다. 노동조건 개선을 요구하는 노동자들을 업주가 고용한 깡패들이 짓쳐들어와 폭력을 행사하고 노동조합을 와해시킨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생존권 보장을 요구하며 하늘 높은 곳으로 올라가 목숨을 건 농성을 한다. 자살율 최고 출산율 최저로 압축되는 우리의 현실은 참으로 비루하고 참담하다.

우리에겐 정말 뭔가 다른 대안이 필요하다는 데 많은 사람이 동의할 거라 생각한다. 이런 맥락에서 우리나라에서 4․19혁명이 일어나기 한 해 전, 1959년 1월 나라를 통째로 뒤집어엎는 혁명을 한 이래, 우리와는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살아온 쿠바 사람들에 대한 궁금증은 어쩌면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들려오는 소문은 무성한데, 실제로 이 사람들은 어떻게 살고 있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