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기

고대사를 보는 눈 "흐름과 교류의 역사관"

아하 2012. 1. 22. 11:17

 

우실하, 동북공정 너머 요하문명론, 소나무, 2007.


고대사에 관심을 갖고 자료를 찾아가던 중, 우실하를 발견했다. 벌써 몇 년 됐다. 화천 도서관에 책 사달라고 부탁하고,
이 책이 내 손에 들어오기까지 몇 년...농사를 짓다보니 세월 가는 단위가 며칠이 아니고 몇 년이다.


아직 서문밖에 못 봤지만 서문이 압권이다.
역사는 "관점"이다. "팩트"가 묶여 "관점"이 되는 게 아니고 "관점"에 따라 "팩트"가 묶인다. 나는 그렇게 믿는다.
이 책의 서문을 소화하느라 여러 날을 보내고 있다.

 


서문을 보자.

서양은 그들 문명이 한계에 이르자 '그리스-로마 문명'의 전통에서 '고대로부터의 빛'을 발견했고 이를 '르네상스'를 통해 새롭게 재구성해냈습니다.

르네상스를 통해 새로운 피를 수혈 받아 승승장구하던 서구문명은 또 다시 근본적인 문제점들을 드러내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20세기 문명의 한계를 넘어설 '고대로부터의 빛'은 동방에서 시작되기를 희망합니다. 이것이 '동방 르네상스'입니다.

한-중-일이 함께 열어갈 '동방 르네상스'를 꿈꾸며 몇 가지 제안을 하면서 서문을 맺기로 하겠습니다.

첫째, 21세기 동북아 문화공동체를 위해서는 '어디까지는 우리땅'이라는 식의 역사관을 넘어서 흐름과 교류의 과정으로 보는 '흐름과 교류의 역사관'과' '열린 민족주의'를 한-중-일이 공유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둘째, 요하문명 혹은 동북아문명을 동북아시아 모든 국가들의 공통의 시원 문화로 삼고, 이를 공동으로 연구하여 21세기 동북아 문화공동체의 근원으로 활용하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셋째, 한-중-일의 학자들이 연대하여 동북아 고대문화에서 새로운 희망의 빛을 찾고 21세기를 향한 새로운 문화철학을 가꾸어가야 하며, 이런 문화철학을 바탕으로 '동방 르네상스'를 준비해 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저는 새로운 생명관, 새로운 자연관, 새로운 세계관, 새로운 우주관을 바탕으로 새 천년의 신문명을 열어갈 수 있는 문화적-철학적 자원들이 유러시아 넓디넓은 초원에 깊숙이 묻혀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12~13쪽).

고대사를 보는 여러 관점 중에 가장 포괄적이고 받아들일 만한 관점이다.

나는 단순히, 남북 통일의 역사적 근거를 찾아서, 민족의 근원으로 올라가던 중이었다.
이 과정에서
만주땅을 발판으로 벌어졌던 근세 독립운동을 새로 "발견"했다. 
고대로 올라갈수록 심해지는 왜곡과 굴절을 만나면서 분기탱천하였다. 
"칭기스칸" "누루하치"가 중국사람이냐?....는 직설적인 질문을 만나면서 중국을 새로 "발견"했다. 
그 뿌리가 삼백 년에 이르는, 고대를 왜곡하고 굴절시키는 세력이 아직도 뻣뻣한 권세를 누리고 있음을 새롭게 발견하고 경악했다.

이러한 새로운 발견과 분기탱천을 종합할 방법을 궁리하고 있었다.
어렴풋하던 내 "감"은 이렇게 잘 정리된 "흐름과 교류의 역사관"이란 명료한 개념을 만났다.
반갑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