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

정부의 친환경농업 정책은 반드시 망할 것입니다

아하 2012. 6. 17. 14:04

[2005년 7월 13일 작성] 오래 된 글인데도, 현실감이 떨어지질 않아!!!!!!!!!!!!!!!!!!!!!ㅋㅋㅋㅋㅋ.

정부의 친환경농업 정책은 반드시 망할 것입니다

백승우


여기, 지난 십여 년 동안 고집스럽게 유기농업을 해 온 농민이 한 사람 있습니다.
이 분을 <농부 가>라고 하겠습니다. 논 한 삼천 평에 밭 8백 평쯤 짓습니다.
5월 말에 모내기를 하고, 제초제 대신으로 등겨를 뿌리는데요,
가축 먹이로도 많이 쓰고, 또 요즘, 정부가 친환경 농업 정책을 강력히 추진하면서
등겨를 찾는 농가가 많아졌기 때문에 등겨 구하기도 힘들어졌습니다.  
값도 많이 올랐구요.
그래서 가을에 추수할 무렵에 구해 놓지 않으면 안 됩니다.
지난 가을에 필요한 만큼 구해서 창고에 넣어뒀는데, 망할 놈의 쥐새끼들이 엄청나게 솔아놨습니다.
젠장할!

해 본 분들은 잘 아시겠지만 논에 등겨 뿌리는 일은 엄청 힘든 일입니다.
질벅질벅한 논바닥에 맨 몸으로 들어가서 중심잡고 걸어 다니기도 힘이 드는데요,
모를 심어 놨으니 조심조심 걸어야 합니다.
게다가 등겨를 뿌려야 하니까
비료 통을 어깨에 메고 한 손으로 붙잡고 또 한손으로는 연신 등겨를 뿌리면서
넓디넓은 논을 빠짐없이 돌아다녀야 합니다.

 

 


논에 한 번 지고 들어갈 수 있는 양은 적어서 뿌리다 보면 금세 바닥이 나고요,
다시 논둑으로 나와서 등겨를 퍼 담아가지고 아까 뿌리다가 만 자리로 가서 또 뿌리지요.
일은 더디고 힘은 무지하게 듭니다.
흔히 뼛골 빠진다 그럽니다.

5월 말 6월 초, 날은 또 징허게 뜨겁지요.
물은 따끈따끈해서 벼는 좋겠지만 서도, 사람은 죽을 맛입니다.
삼천 평을 다 뿌리고 돌아다니려면 며칠이 걸립니다.


한편, 여기 농부가 또 한 명 있습니다.
정부의 친환경 드라이브를 타고 마을에서 친환경농업 하자고 해서,
좋다, 까짓 거, 마을 사람들 다 하니까 나도 해 보자, 이렇게 새로 친환경농업을 시작한 분입니다.
이 분은 <농부 나>입니다.

모내기할 무렵 되니까 마을회관에 등겨가 턱, 들어와 쌓입니다.
등겨를 개 사료처럼 만들어주는 펠렛 제조기도 들어오고,
펠렛으로 만든 등겨를 멀리까지 쏘아 날릴 수 있는 살포기도 몇 대 들어옵니다.

 



모내기 하고, 등겨를 펠렛으로 만들어야 하는데, 이거는 각자 해야 된답니다.
어쩔 수 없이 작업을 하긴 하는데, 그냥 제초제 확 뿌려버리면 반나절이면 될 거를
왼 종일 달라붙어서 펠렛을 만들고 있자니 화딱지가 있는 대로 나버렸습니다.

이 짓을 해야 하나 싶지요. 살포기를 들고 논둑에서 뿌리고 돌아다니는데,
반나절을 꼬박 40키로 가까이 되는 거를 짊어지고 윙윙거리며 돌아다니자니
시간도 시간이지만 힘이 들어서, 어디 어거 해 먹겠습니까?
불평이 많습니다.

 


등겨를 뿌려도 피는 올라옵니다.
피가 올라왔다고, 농사 다 망치게 생겼다고, 호떡집에 불난 것 마냥 동네가 시끌시끌해집니다.
이쯤해서 포기하는 분도 생기고,
또, 기왕 시작한 건데, 여기에서 포기할 수는 없다고,
당초 계획에 없던 생 품을 들여가며 논바닥을 기는 분도 있습니다.

<농부 나>는 포기하지 않는 쪽을 선택했습니다.
그래도 좋은 값에 전량 팔아주겠다고 했으니 하는 데까지는 해 보기로 한 거지요.

수확할 때까지 몇 번 더 위기가 올 겁니다.
논에 병이 들어오면 또 새로운 상황이 벌어지겠지요.

유기질퇴비며, 목초액이며, <농부 가>는 시간과 품을 들여서 만들거나 비싼 돈 주고 사다 쓰지만
<농부 나>는 거저 준 것도 쓰지 않고 쌓아 두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뭐, 이 정도는 그래도 견딜 만합니다.
진짜 문제는 시장입니다.

정부 지원금을 받은 농가는 생산비를 그 만큼 줄일 수 있기 때문에
친환경농산물 가격이 예전에 비해 낮아져도,
일반 농산물에 비해 상당히 비싼 가격이기 때문에 괜찮습니다.

아무런 보조 없이 친환경농사 하겠다고 버텨온 <농부 가>만 큰 코 다친 겁니다.
전에는 쌀 한 가마에 30만 ~ 32만 원 가량 받아도 없어서 못 팔 지경이었는데,
언감생심, 이제는 어림도 없습니다.

가까운 마트에만 나가도 쌓여 넘치는 게 친환경인증 쌀인데,
원하는 만큼 딱딱 포장돼 있는데,
굳이 생산자한테 연락해서 비싼 값에 쌀 사 먹을 이유가 없어진 겁니다.
충성도가 아주 높은 소비자만 남고 불경기와 친환경 농산물 범람의 파도를 타고 모두 떠나버립니다.

정부 지원이 들어오면서 친환경 생산 현장이 급격하게 변화하기 시작했고,
시장 상황이나 소비자들도 급격히 변화하고 있습니다.
2000년대 초반, 그러니까 2001년 정도까지만 해도 친환경농산물 시장은 <생산자시장>이었습니다.

많이 부족하긴 하지만 그래도 농민들이 제 목소리를 내면서 시장에서 주도권을 행사할 수 있었습니다.
물건이 부족했으니까요.

한살림이나 생협도 상황에 맞게 변화하고 있지요.
물건이 넉넉해졌기 때문이고 경쟁이 치열해지고,
친환경농산물 시장에 거대자본이 들어올 위협이 상존하기 때문에 긴장 상태입니다.
농민이 시장에서 힘을 쓸 수 있는 공간이 점점 좁아지고 있습니다.

스스로 유기농업을 선택하고 어려운 상황에서 유기농업을 고수해 온 유기농업인들이
소비자와 맺어온 끈끈한 유대는 점점 약해지고 있고,
새로운 소비자가 대거 유입되면서,
친환경농산물의 때깔에 대한 요구는 점점 높아지고 있습니다.

모든 농산물이 큰 것도 있고, 작은 것도 있고, 굽은 것도 있고 반듯한 것도 있고,
흠집이 좀 난 것도 있게 마련인데,
이제 친환경농산물도 크고 반듯하고 흠집 없고 신선한 것을 요구합니다.  

크고, 반듯하고 흠집도 없고, 신선한 농산물을 깔끔하고 예쁜 포장에 싸서 공급하기 위해서,
친환경 퇴비, 친환경 비료, 친환경 농약(비료로 등록했지만 농약과 유사한 효과가 있는 것들),
친환경 제초제, 친환경 미생물을 논밭에 들이 부어야 하는데,
값이 엄. 청. 나. 게. 비싸지요.

포장재 디자인도 해야하고, 좋은 포장재를 비싼 값에 대량으로 준비해야 합니다.

<생산자 시장>이었던 친환경농산물 시장이 이제 거의 <소비자시장>으로 변해버렸습니다.
언제나 그랬듯이 생산 현장에 정부가 개입하면서,
제가 보기에 상황은 점점 악화되고 있습니다.
정부는 언제나 소비자 편이었지 농민 편이었던 적이 없습니다.

일부러 그러는 건지, 아니면 하다 보니 그렇게 되는 건지,
한두 번도 아니고 대체 매번 왜 그러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그. 래. 서. 그 동안 모든 농업정책이 번번이 농민을 파탄으로 몰고 간 것이라 봅니다.

예를 들면 이렇습니다.
작은 중소기업 A에서 어렵게어렵게 악전고투 끝에
태양열로 가는 자동 자전거를 만들어 냈다고 합시다.

50만 원 정도로 값도 그다지 비싸지 않게 팔 수 있어서, 불티나게 팔려 나갑니다.
기업은 물건이 잘 팔리니까 설비 확충에 들어갑니다.
새로운 공장을 짓고 새로운 설비를 들여 놓을 계획을 세우고,
부지도 마련하고, 재원도 마련하고, 까다로운 법적 제재를 피해 가느라 시간을 많이 허비합니다.  

이러는 사이에 B기업, C기업, D기업 등이 유사 제품을 가지고 시장에 들어오고,
대기업 E가 신속하게 대량 생산체제를 갖추고 50만 원짜리 자동자전거를
29만 9천 원에 팔기 시작합니다.
5년 무상 A/S에 사은품까지 빵빵하게 갖추고.

A기업은 딱 망하게 되어 있습니다.

정부 농업정책은 대기업 E가 하는 짓이랑 비슷합니다.
물론, 제가 보기에 그렇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느타리버섯을 재배하는 농가가 돈이 좀 된다 고 합시다.
이 양반 고생 많이 했겠죠?
실패도 하고, 자금 압박도 받으면서 연구에 연구를 거듭해서
겨우 좀 된다 싶게 만들어 낸 것입니다.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법은 없으니까요.

그러면, 바로 정부가 나섭니다.
전국적으로 돈을 풀어서 신식, 대형, 자동 버섯 재배사를 때려 짓습니다.

그러면 구식, 소형, 수동 재배사도 망하고, 늦게 뛰어든 신식, 대형, 자동 버섯 재배사도 망합니다.
시장이 금세 <소비자 시장>으로 바뀌어 버립니다.
차고 넘치는 게 느타리버섯인데,
전에 없을 때는 금싸라기 대접을 받았지만 이제 흔해 졌으니 똥 친 막대기 취급밖에 못 받습니다.

그래서 다 망합니다.
망하는데, 늦게 큰 돈 들여 뛰어든 신식, 대형, 자동 버섯 재배사가 더 크게 망합니다.
“정부 돈으로 한 건데 뭘 망할 게 있겠어?” 천만의 말씀입니다.

보조 60% 자부담 40%라고 해도 1억 사업이면 자부담이 4천이고,
이 정도 규모로 일 벌이려면 자질구레한 비용과 품이 수없이 들어가서
웬만한 농가 하나 빚더미에 앉히고,
친밀한 이웃집 연대보증으로 신불자 만드는 건 식은 죽 먹기입니다.
이렇게 농민이 죽어 나갑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거는
정작 농민이 죽어나가는 이런 식의 농업 정책으로 덕을 보는 사람이 많~~다는 겁니다.

“정말?”
“예.”

첫 번째로 소비자들은 좋~습니다.
5만원에 2키로 사먹던 느타리버섯을 5만원에 20키로도 더 사먹을 수 있습니다.
그러니 얼마나 좋아요.
정부가 돈 들여서 소비자들 좋은 일 시켜 주는 거지요.
외려 소비자들은 물려서 잘 안 먹지요.

두 번째로 신식, 대형, 자동 버섯 재배사 짓는 업자들도 좋~습니다.
정부보조전문 신식, 대형, 자동 버섯 재배사 업체들이 노가 나는 겁니다.

세 번째로 느타리버섯 관련 전문가들이 좋습니다.
박사님들요.
이런 곰팡이도 연구해야 하고 저런 세균도 연구해야 하고,
각종 질병과 방제법도 연구해야 합니다.
느타리버섯이 가진 효능도 연구해야 하고, 가공법이나 요리법까지 모두 연구해야 합니다.

어차피 정부가 돈을 풀어서 시작한 일이니까, 책임을 져야지요.
그러니 이런 연구도 정부가 확실하게 돈을 댑니다.
연구 프로젝트가 많아지겠지요.

박사님들한테는 굉장히 죄송한 말씀이지만 농민들 등골 빼먹는 일입니다.
열심히 연구해서 품질도 좋게 만들고 생산량도 늘려 놓으면,
그 연구의 혜택을 도저히 받을 수 없거나 늦게 받는 대부분의 농가는 또 망하겠지요.

마지막으로 공무원들도 아주 좋습니다.
농민들과의 관계나 업체들과의 관계에서 돈줄을 틀어쥐고 있으니까 늘 주도권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요즘은 정부가 워낙 깨끗해졌으니까 “와이루”가 오가고 이런 일은 없겠지만요.

농업정책에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합니다.
물론, 제 생각입니다.
자동차 산업이 발전해온 과정에서 배울 게 많습니다.

자동차 만드는 공장에 가서 고품질 자동차 만들어 내라고,
그 길만이 살 길이라고 교육 시키고, 연수 시키고,
바쁜 농사철에 선진지 견학시키고 그러지 않았어도 자동차 산업은 잘 발전해 왔습니다.

정부는 소리 없이, 자동차 산업에 정부가 몇 년도까지 몇 백조 원을 투자해서
어떻게어떻게 한다는 생색, 하나 안 내면서도, 자동차 산업에 엄청난 혜택을 줬지요.

무진장 쏟아지는 자동차를 소화할 수 있게 엄청난 돈을 들이 부어서 도로망을 확충했습니다.
조금이라도 구부러진 길은 뚫든지 파내든지 해서 쫙쫙 펴 놓았지요.

신호체계 정비하고, 면허 제도를 개선해서 누구나 손쉽게 면허를 딸 수 있게 해주고,
교통위반 단속 잘 해주고, 음주운전이 문제가 되면 음주운전 단속해주고,

한 집에 한 대로 부족하니까 한 집에 두 대 갖자고 홍보해주고 법도 손질하고,
그걸로도 안 되니까 열흘에 하루는 자가용 타지 말자고 해주고,
그걸로도 안 되니까 닷새에 하루 타지 말자고 해주고, 보험 제도도 정비하고,

주유소 곳곳에 지을 수 있게 해 주고......
자동차 만드는 사람이 이런 거 다 한다고 한 번 생각해 보세요. 되겠어요?
무슨 교육 같은 데 가면, 농민들한테는 이런 거 자기가 다 해야 살아남는다고 그래요.

자동차 산업의 경우,
정부가 나서서 자동차 만드는 사람이 다른 걱정 안 하고 자동차만 열심히 잘 만들 수 있게
이런저런 여건을 만들어 준 것이지요.
소리 소문 없이 자동차 산업이 발전할 수 있는 길을 열심히 닦아 준 겁니다.
“자동차 산업 발전을 위해서” 어쩌고 해가면서 생색도 안 내고요.

얘기가 나왔으니 말이지만 <고품질 농산물>로 수입 파고를 넘겠다는 발상도 참 재미있습니다.
<고품질 농산물>이 의미하는 바가 정확히 <고품질 고가 농산물>이라면,
중저가 농산물 시장은 다 수입품에 내주겠다는 소리 아니겠어요?  
이미 다 내줬는데, 더 내줄 게 있을지 모르겠습니다만,

농민 입장에서 봐도 그렇고, 특히 도시 소비자 입장에서 봤을 때, 참으로 고약한 발상입니다.
국산 농산물이 다 고품질 고가 농산물이 되면,
돈 없는 사람들은 저품질 저가 수입 농산물이나 먹으라는 소리 아닙니까?
무슨 정부가 하는 일이 이렇단 말입니까?

손사래를 치면서
“그게 아니라니까. 우리가 얘기하는 <고품질 농산물>은 <품질은 고품질, 값은 저가>를 말하는 것이지.” 이럴지도 모르겠어요.

그렇다면, 농민들 다 죽으라는 소리지요.
고품질 만들어 내느라고 쎄가 빠지는데 헐값이나 먹고 떨어지라는 소리니까요.  

고품질이 있으려면 중품질 저품질이 있어야, 고품질이 있는 것 아니겠어요?
어떻게 모든 농산물이 한꺼번에 전부 다 고품질이 될 수 있겠습니까?
안 그래요?

퍼센티지로 따진다면 고품질은 늘 10%도 안 되는 법인데,
눈 가리고 아웅하는 것도 아니고,
모든 농민들한테 고품질 농산물을 생산해 내라고 합니다.
그래야 산다고요. 허~, 염소가 낫질하다가 하품할 소립니다.

모든 아이들이 다 공부 잘 하게 하겠다는 교육부랑 생각하는 게 비슷한 수준입니다.
부모가 바라는 건 자기자식 1등인데, 어떻게 모든 아이들이 1등을 해요?

정부가 친환경농업을 급속히 발전시켜서 몇 년 내에 10%까지 끌어올리겠다고 합니다.
물론 억지지요.
돈을 또 한 판 쏟아 붓겠다는 소립니다.
그 돈이 다 어디로 샐지 걱정입니다.

김영삼 정부 시절 무려 53조 원이나 되는 돈이 거의 악성 부채가 되어
여러 목숨 앗아가고 여러 마을 잡았습니다.
제발 신중에 신중을 기하길 바랍니다.

친환경농업을 발전시키기 위해서 정부가 할 일은 제가 볼 때 딱 하나입니다.
시장을 정비하는 일입니다.
농민한테 이래라 저래라 하면서 돈 찔끔찔끔 뿌리지 말고,
정직하게 열심히 농사지으면 그만한 대가가 돌아오도록 시장을 정비하고, 주변 여건을 만들면 됩니다.

그러면, 하지 말라고 해도 너무 많이 해서 걱정일 겁니다.
지금 친환경농사 하는 사람들도 팔아먹을 데가 없어서 걱정인데,
생산 농가가 그렇게 급속하게 늘어나면, 대체 어떻게 감당을 하려고 그러는지 모르겠습니다.

가락동 농수산물 시장은 정말 훌륭한 조직입니다.
농민들은 그저 많으나 적으나 좋으나 나쁘나 농사지어서 물건 올려 보내면,
값 정해서 바로 다음날 통장에 돈이 딸랑 들어옵니다.
얼마나 좋아요?

친환경 농산물은 어때요?
겨우 내내 업자 만나고 여기저기 쫓아다니면서 계약해야 되고,
농사지어서, 좋네, 나쁘네 소리 들어야 되고,
물건은 가져가고 돈은 안 줘서 쫓아가서 만나야 되고,
만나봐야 빙빙 돌려서 어렵다는 소리나 하지, 돈 달랐소리도 잘 못 해요.

왜냐하면, 계속 거래를 해야 하는데, 돈 좀 늦게 준다고 야박하게 굴 수도 없잖아요.
지 속은 시커멓게 타들어가면서도 남 사정 봐주고 살아야 돼요.
사정이 이런데 무슨 친환경 10%예요?

가락동 시장이 다 좋은데, 딱 하나 문제가 있다면,
가격 등락폭이 너무 크다는 거지요.

똑같이 호박 스무 개 담아 보내도 어떤 때는 천 원도 나오고, 어떤 때는 십만 원도 나오는
도깨비 시장 아닙니까?

이 문제를 정부가 좀 보완해 줄 필요가 있어요.
예를 들면, 최저가 보장 정책 같은 것이지요.

친환경농산물일 경우, 배추 한 포기에 최소한 5백 원은 보장한다. 뭐, 이런 거지요.
그러면 농민들이 너도나도 친환경 배추 농사한다고 달라 들겠지요?
인증신청 낼 거 아닙니까?

집계해서 물건이 넘친다, 그러면, 생산 들어가기 전에 조정해야겠지요.

“자, 배추 너무 많습니다. 포기들 하세요.”

서로 눈치만 보고 아무도 포기 안 하면,

“돈이 없어서 최저가 5백 원 보장 못 합니다. 4백 원밖에 못 드립니다.”

그러면, 대충, 포기하고 다른 작물 심고 그러지 않겠어요?
정부가 왜 이런 일은 안 하는지 모르겠어요.

정말 어렵고 힘든데다가 욕까지 무지하게 얻어먹어야 하는 일 아닙니까?
그러니, 돈 많고 사람 많은 정부가 해야지,
돈도 없고 사람도 없고 게다가 시간까지 없는 민간인이 어디 해 보겠습니까?
안 그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