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

농업 관료들의 모순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책

아하 2012. 4. 10. 02:30

내가 다루려는 책은

조은기, 농업이 미래다 농촌불패, 모던플러스, 2009 이다.

진짜 잘 걸렸다. ㅋㅎㅎㅎㅎㅎ

이 책이 내게 온 이유도 참 재미있다.

최근 아주 가까워진 "화천군지속가능발전협의회" 정선태 국장님이 '공감릴레이'용 도서로 선정해서

화천군 간동면 지역 제 1빠따로 나를 골라 건네 주셨다.

나는 대뜸,

이런 농업관료들 책 천권을 가져다 줘도 안 읽는다,

바로 이 자들 때문에 우리 농업 다 말아먹히고 망해가고 있다,

나는 이 자들을 증오한다

라고 응수했으나, 기껏 생각해서 가져다 주신 책이니 받았다.

열심히 읽었다.

처음엔 내용의 충실함에 놀랐다.

그리고 바로 이들의 본질을 봤다.

 

내가 내린 결론은 

"이 분들이 제시하는 농업 농촌의 대안은,

자기들 그러니까 농업 관료나 연구자들이 살 길이지, 우리 농업과 농촌 농민이 살 길이 아니다."이다. 

자, 이제 들여다 보자.

이 책의 구성은 이렇다.

머리말 004

들어가며 : 지구 온난화와 기후 변화, 그리고 농업

지구의 위기, 인간의 위기
2100년 지구의 충격적인 시뮬레이션
대만에서 뎅기열 환자가 급증한 이유
기후 변화와 농업, 식량 문제
한반도 작물 지도가 바뀌고 있다
탄소배출권을 팔고 사는 시대


1부 세계 곡물 파동, 지구촌 식량 위기

세계 곡물 가격은 왜 폭등했나 033
지구 온난화와 식량 위기
세계 곡물 가격은 왜 폭등했나
옥수수 값 폭등과 바이오에너지
세계 쌀값은 왜 폭등했나
곡물 대란 오래간다
굶주리는 세계 여러 나라

세계 식량 위기와 우리나라 053
쌀 자급률 95%, 우리 나라는 안전한가?
쌀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
옥수수를 많이 쓰는 우리나라 축산업과 식품 가공업

2부 농업이 우리에게 왜 필요한가

농업은 모두를 위한 산업이다 065
농업, 지구를 살리는 거대한 환경 안전망
농업은 우리 모두를 위한 공공 산업
밥 없이 살 수 있나 -----------------------------------딱 여기까지만 매우 가치 있다. 굉장하다. 역시 전문가다.

다시 농촌을 찾는 사람들 073 -----------------------여기서부터는 완전 개소리다. 위에서 기껏 얘기한 멋진 것들과 완전 모순된다.
3부 한국 농업의 선택
한국 농업의 문제와 가능성은 무엇인가 085
한국 농업, 희망을 일구다 119
4부 농업의 미래
안전한 밥상이 건강한 삶을 만든다 141
종자는 생명 반도체, 씨앗 한 알이 세계를 움직인다 157
농업, 첨단 과학과 만나다 171
맺는말 190
편집장이 만난 저자 196
찾아보기 198
참고자료 199
저자소개 200

+++

책 첫부분에서 농업의 가치, 식량의 중요성, 농업을 우습게 봤다가 먹을 것이 없어 큰 코 다친 나라들 사례 등등으로 정말 굉장한 자료를 보여준다. 나는 놀랐다. 나는 사람들이 이 책 72쪽까지는 누구나 읽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 놓고, 그랬으면, 어떻게 하면 우리 식량을 지키고 농업을 그 방향으로, 그러니까 먹을 걸 잘 지키는 쪽으로 갈 수 있는지 그 논의가 뒤를 따라 진지하게 펼쳐져야 논리적으로 모순도 없고, 의미 있는, 제대로 된 정책이 나오는 것 아니냐 말이다.

내가 이 블로그 "농업" 카테고리에 쓴 여덟 개의 글처럼 말이다.

근데, 헛길로 열심히 샌다. 도무지 앞 뒤가 안 맞는 소리를 열심히 지껄이고 있는 것이다.

문제의 심각성은 여기에 있다.

바로 뒤따라 나오는 얘기들이 실제 집행되고 있는 우리나라 정부의 농업 정책 방향인 것이다.

사실 우리나라에서 식량작물이란 것은 돈이 안 되는 농사다. 그래서 고사되어 가고 있다. 그러니, 그 고사되어 가는 걸 어떻게 지키고 관리하고 어떻게 국민들이 모아주신 돈을 잘 써서, 아주 효율적으로 식량산업을 지킬지, 정말 머리가 빠개지도록 연구하고 또 연구해야 한다.

농촌에서 농민이 다 없어져가고 있는데, 어떻게 하면, 농사짓는 인간들이 농촌을 지키게 할 수 있는지 또 머리가 새도록 연구해야 한다. 나처럼 말이다.

근데, 헛소리만 한다. 규모화하고 조직화 해야 한다는 것이다. 바보들아, 규모화 조직화는 인간을 뱉어 내는 일이다. 몰아내는 일이란 말이다. 우리나라 농촌이 그나마 지탱되는 것은 "소농"들이 있기 때문이다. 대농으로 바뀌면, 인간이, 농사짓는 인간이 그 만큼 없어지는 거잖아! 농업생산성을 높이는 방법은 소농이야!

앞서도 얘기했지만, 일본놈들이 식량 뺏어가느라고 혈안이 돼서, 증산운동을 그렇게 했는데도 생산성이 안 오르다가, 1950년 조봉암이 농지개혁해서, 농사꾼들한테 땅 다 나눠주니까, 농업 생산이 세 배가 되었어. 농사란 게 이런 거야.

한 사람이 짓는 농사 면적이 늘수록 단위면적당 생산량은 줄어드는 거란 말이다.

우리나라는 그리고 땅떵어리가 작아서 아무리 규모화한다고 해 봐야 새 발의 피야.

++

왜 이렇게 앞 뒤가 안 맞는 소리를

저렇게 당당하게 할까....깊이 생각을 해 봤지.

처음엔 어리석어서 그런 줄 알았어.

농학이란 게 실용학문이잖아.

실용학을 하는 자들의 기본적인 특성은 무식하다는 거야. 인문학적 소양이 딸리는 것이지. 철학의 부재. 사상의 부재.

인문학 하는 자들은 실용학을 몰라요, 또. 뜬구름 잡는 얘기만 하거덩. 그러니까 둘다 다 반푼이야.

나는 이 분들이 사회학을 공부한 적도 없고, 철학이나 문학 역사를 공부한 적이 없어서,

논리적으로 앞 뒤가 안 맞는 것도 모르고

사회 전체를 통합적으로 보는 시각도 없기 때문이 아닌가....그렇게 생각했어요.

근데, 조금 더 곰곰히 생각해 보니까, 결국 밥그릇이었던 거야.

이 분들은 농사꾼이 아니거덩.

빙고!

이 분들의 의식이 아니라 무의식 속에 자기들 밥그릇이 들어있는 거야.

그러니까 무의식적으로 자기들 자리를 계속 유지 발전시키는 방향으로, 사고가 집중되는 것이야.

그러니까 이렇게 논리적으로 앞 뒤가 안 맞는 소리를 당당하게, 아주 확신을 가지고 할 수 있지.

이게 답인 거 같아.

농업은 경쟁력을 가져야 한다. 첨단으로 가야 한다. 세계화 해야 한다.

이래야 자기들 할 일이 생기지.

농업은 소농으로 가야 한다. 전통적인 공동체로 돌아가야 한다. 농촌에 사람이 버글버글해져야 한다.

이러면 무슨 할 일이 있겠어.

온갖 어려운 얘기를 주워 섬기고, 꼬부랑 말을 갖다 붙이고, 막 그래야 뭔가 있는 것처럼 보일 것 아니야.

그래서, 의식의 차원이 아니고 무의식의 차원으로 가야, 답이 나오더라고요.

정말 씁쓸한 결론!

이 분들이 각종 성공사례라고 갖다 쓰는 자료들은 너무 허접해.

침소봉대, 주마간산, 아전인수, 견강부회! 딱 이거야. 

앞서 소개한 책, 김광수경제연구소 『현실과 이론의 한국경제 3』과 비교해서 보면 좋은데,

충남지역 농업현실을 파악하기 위해서 2004~2006년까지 무려 3년 동안, 그 좁은 지역을 현미경으로 샅샅이 훑고 있거덩.

내용비판은 이미 앞서 쓴 여덟 개의 글을 통해서 다 했다고 보고,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