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황벽, 조주, 임제 뭐 그런 유명한 스님네들 중 한 분 혹은 두 분이 관여된 일일텐데
오래 돼서 정확한 이름은 기억나지 않고, 그저 이런 얘기가 있어요.
어느 사람이 이름 높은 선사를 찾아와서 배움을 청했어요.
선사는 좋다! 고 했고, 그래서 이 자는 선사를 지극 정성으로 모시며 삼 년을 보냈어요.
밥짓고 빨래하고 나무하고 청소하고 불 때고 물 긷고 농사짓고....죽어라 일하며 삼 년을 기다렸는데
이노무 ㅈ ㅜ ㅇ 놈이 뭘 가르쳐줄 생각을 안 해요.
그래서
대들었지요.
이 띠불, 내가 이렇게 쎄가 빠지게 모셨으면 한 말씀 해 주셔야 되는 것 아니여? 옺도! 뭐, 이랬겠죠.
그러니까 다짜고짜 몽둥이 가지고 달려들어 때려 줬대나, 어쨌다나....그래요.
분통 터짖고 억울해서 씩씩거리는데
스승이 그러는 거예요.
저기 아무개골 아무개 산에 가면 아무개가 있으니, 거기나 가 보든지!
그래서, 여태 속고 살았으니 까짓거 속는 셈 치고 가보자, 이러고서 갔지요. 가니까,
왜 왔니?
이만저만해서 이리저리해가지고 실컷 얻어 터지고 왔시요.
말 떨어지기 무섭게
야 이노마, 그만큼 간곡하게 일러 줬으면 알아 먹어야지
하면서 할!!!!!!!!!!!!!!!!!!!!!!!!!!!!!!!!!!!!!!!!!!!! 했대나, 억!!!!!!!!!!!!!!!!!!!!!!!!!!!!!!! 했대나, 또 때려줬대나......ㅋㅋㅋㅋ
그런데 재미있게도 그 틈에 이 자가 퍼뜩 깨달았다는 것이예요.
이게 얘기의 전말입니다.
2.
이십년도 전에 법정스님 책에서 읽은 얘기인 듯해요.
당시 저는 방위 근무 중이었는데, 갈대 숲에 혼자 있다가 호루루기 소리 듣고
붉은 색, 노란색, 파란색 깃발을 흔들어주면 되는 정말 좋은 왕보직이었어요.
그때까지 나와있는 법정스님 책을 다 읽었어요. 번역서며 수필이며.....
눈 많이 오던 날 송광사~선암사 코스를 둘러보러 송광사 갔다가 우연히 만난 혜수라는 이름의 젊은 스님이
이런저런 책을 잔뜩 주셔서 그 책들 읽다가 재밌어서 다 구해 읽었어요.
그때 혜수스님이 주신 책은 <밀라레빠>라는 밀교계통의 책, 서암스님이 쓰신 책, 법정스님이 발췌 번역한 숫타니파타<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과 같이>, 법정스님이 여기저기서 좋은 구절 찾아 엮은 <말과 침묵>, 법정스님이 발췌 번역한 법구경<진리의 말씀>, 서산대사가 쓴 <선가귀감> 등이었던 것 같아요.
그 뒤에 화순에 있을 땐가? 송광사에 또 들른 적이 있는데, 혜수스님 소식을 물었더니, 공부 잘 하고 계시다고.....
어쨌거나,
저 얘기가 의미하는 바를 잘 몰랐지요.
웃기는 짬뽕일쎄! 였지요.
그런데 최근에야 아하!
3.
이런 거지요.
사람이 살면서 필요한 일을 이 사람은 몸에 완전히 붙였어요. 옛날 사람들이야 다 그랬겠지만 서도....
밥하고 빨래하고 불 때고 청소하고 나무하고 물 긷고...온 정성을 다 해서 했으니.....어디다 갖다 놔도 잘 살겠죠.
그리고 만일 그 스승이란 자가, 진짜로 깨달은 자라면, 삼년 동안이나 바로 옆에 깨달은 자를 두고 살았으니,
깨달은 자가 어찌 사는지 두 눈으로 보고 두 귀로 들었겠죠.
하루 이틀도 아니고 삼년 동안이나.
이보다 더 잘 배울 조건이 있을까요?
이 간단한 이치를 아는데 이십년이 걸리다니 ㅠㅠ.
자라면서 늘 보고 듣는 사람........이 자가 진짜 스승이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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