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은 틀 깨야 새싹
“조합장님, 형님, 명절 선물 좀 수입 농산물로 하지마! 쪽팔리게 어떻게 농협에서 다른 데도 아니고 농협에서 선물을 수입 농산물을 돌리냐고?”
“라면, 햄 이런 거 얘기하는 구나? 그럼 잡곡으로 할까? 잡곡 같은 거 돌리면 조합원들이 싫어하셔. 오셔서 바꿔간다고.”
“농협끼리 서로 연대하면 되잖아. 우리 농협에 없는 거, 우리 농사꾼들이 농사 안 짓는 거, 예를 들면 양구만 가도 오미자 효소 있잖아, 그런 거 선물하면 되잖아, 양구에는 단호박찐빵 없을 거 아니야, 그거 서로 선물 하면 되지? 왜 안 하냐고?”
“우리 농민들이 있잖아, 얼마나 웃기냐면, 바나나, 농협 하나로 마트에서 바나나 판다고 난리가 난 거야, 그 바나나 못 팔게 하는 바람에 하나로 마트 매출이 30%가 줄어든 거야.”
“그게, 웃기는 거지, 제기랄, 하나로 마트를 가득 채우고 있는 게 다 수입 농산물인데, 겨우 그거 바나나 가지고 문제를 삼는 거잖아, 형님, 나는 그 대목에서 절망하는 거야. 어떻게 맨날 커피 마시고, 수입농산물로 만든 가공식품 처묵으면서 겨우 그거 바나나 파는 거 가지고, 미치는 거지.”
입으로 들어가는 걸 자세히 한 번 살펴 보세요. 내 입으로 들어가는 것 중에 정말 수입 농산물이 아니고 국산 농산물인 게 얼마나 되는지. 참기름이 들기름이 물엿이 소주가 맥주가 국산 농산물인지 수입농산물인지, 왜 그 구조를 용인하는지, 왜 이런 걸 먹으면서 살아야 하는지, 돌아보길 바래요.
새싹이 움트기 위해 물 밑에서 아무리 발버둥쳐도 솟아날 구멍이 없는 거예요. 60조원이나 되는 식료품 시장에 그나마 생협이라는 이름으로 판매하는 모든 매출이, 한살림 두레 아이쿱 다 해봐야, 쌀, 과일, 채소 다 해봐야 1조도 안 된단 말이예요. 구멍가게, 그저 구멍가게, 구멍가게가 살아야 해요. 그런데 솟아날 구멍이 없어요. 묵은 틀이 깨져야 해요. 재벌이 값싼 수입농산물 사다가 저임금 장시간 고강도 노동으로 값싼 가공식품을 만들어요. 그래서 전국유통망으로 아주 값싸게 팔아요. 방부제 왕창 넣어서 유통기한 1년 혹은 18개월. 왜 이런 걸 먹으면서, 왜 이런 걸 먹으면서 아무 문제의식이 없느냐는 거지요.
국산 농산물 가공 식품은 비싸요. 저 멀리 태평양을 건너서 석 달 넉 달 배타고 오는 아무런 생명력이 없는, 방사능을 쐬어서 절대 부패하지 않는 완전히 멸균시킨, 게다가 GMO 농산물을 가공한, 방부제 듬뿍 든 가공식품을 아무런 문제의식 없이, 이런 걸 먹어도 되는 걸까? 이런 걸 아이에게 먹여도 되는 걸까? 한 번도 생각해 보지 않고, 왜 우리는 이런 쓰레기같은 음식을 먹으며 살아야 하는 걸까? 한 번도 생각해 보지 않고, 이런 거 먹지 않겠다고 저항도 해보지 않고, 대체 왜 그렇게 순종적으로 살아가는 것일까요?
이 구조, 이 틀을 깨지 않으면 대한민국 농민들은 그저 섬으로 외롭게 있다가 소멸할 수밖에 없다는, 유식한 말로 농사체계와 식품체계가 분리돼버린....제발 부탁하건대, 내 입으로 들어가는 것들이 어디서 와서 어떻게 가공돼서 어떤 과정을 거쳐서 내 입으로 들어가는지, 한 번쯤 생각해 보시길....간절한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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