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농통문 60호 특집 "농지"는 훌륭한 기획이었다.
다들 구해서 꼭 읽어보시기를 권한다.
여기에 덧붙여서, 귀농하려는 분이라면, 옛날 백승우가 농지구입과 관련해서 월간 <전원생활>에 쓴 글을 꼭 읽어야 한다.
그 글은 옛날 홈피 "농부네 마을"에 잘 보관돼 있다.
시간 나면 퍼다가 여기 올려야 겠다.
나는 귀농통문을 받자마자 반가워서 똥간에 갈려다가 말고 선 채로 특집을 다 읽었다.
그리고 바로 편집자에게 손으로 편지를 써서 부쳤다.
내용은 다음과 같다.
귀농통문 60호를 읽고
편집자에게 : 귀농통문 60호 특집 "농지"는 농지법과 관련한 정확하고 상세한 정보를 준다는 점에서 참 좋았습니다.
다만 "농지"와 관련한 귀농운동본부의 목소리가 참으로 아쉽습니다.
저는 前귀농운동본부 이사로서,
귀농운동본부가 내야 할 "농지"와 관련한 올바른 목소리는 무엇인지 제시하고 싶어서 이 글을 씁니다.
다음 통문에 실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
대한민국에 혁명정부가 들어서서 모든 예외조항을 다 삭제해 버리고
헌법에 명시된 "경자유전" 즉 "농사짓는 자만이 농지를 소유한다."는 원칙을 철두철미하게 관철시킨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농사짓지 않는 농지소유자들은 농지를 팔아야 합니다.
딱 자기가 지을 수 있는 농지 말고는 다 팔아 치워야 합니다.
땅을 팔지 않으면 무거운 세금이 부과됩니다.
땅값이 똥값이 됩니다.
땅값이 떨어지는 걸 제일 반겨할 사람은 누구일까요?
그렇습니다. 시골로 내려가 농사지으며 살고 싶어하는 사람들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농업에 희망을 걸고 땅을 구입해 시골로 내려올 겁니다.
땅값이 오를 걸 기대하고, 시세차익을 노리며 농지를 구입하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농사를 짓고자 내려왔으나 농사를 짓고는 도저히 살 수 없다고 판단하는 사람은 다시 떠날 것이고,
또 다른 농사짓고자하는 이가 들어와 다시 농사에 도전해서 결국
살아남는 자가 그 땅에서 농사짓고 살아갈 것입니다.
10년 후, 20년 후, 30년 후, 50년 후...
우리 농업 농촌을 기약할 다른 방법이 있는지 저는 정말 궁금합니다.
이것이 제가 2010년 봄, 화천장기귀농학교에 강의 오신 본부대표님이나 여러 이사님을 일부러 찾아가서
경자유전 운운하며 오직 귀농운동본부만이 이 소리를 낼 수 있다고,
또 내야 한다고 입에 게거품을 물어가며 왈왈댄 이유입니다.
농사꾼에게 땅은 도시민에게 집과 같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도시에서 집 없어 당하는 설움보다 더 큰 설움을 땅 없는 농사꾼은 당해야 합니다.
도시 사람에게 집이 삶의 터전이듯이 땅은 농사꾼의 삶의 터전입니다.
도시민에게 집이 마지막 경제 수단이듯이 땅은 농사꾼의 마지막 경제수단입니다.
살림이 쪼들리고 쪼들려 어쩔 수 없어지면, 정말 도저히 어찌할 방법이 없으면 도시민이 집을 팔듯이
농사꾼은 땅을 팝니다.
집 가진 사람이 집값 오르면 흐뭇하듯이,
땅 가진 농사꾼도 땅값 오르면 괜히 흐뭇하고 여유롭습니다.
그러면 지금 시골에서 농사짓는 사람들을 톨톨 털어서 놓고 볼 때,
농지 가격이 오르길 바라는 사람이 대세일까요? 내리길 바라는 사람이 대세일까요?
제가 장담컨대 땅값 오르길 바라는 사람이 대세입니다.
왜 그럴까요?
이 분들, 아직 시골에 남아 농사짓고 있는 사람들은 "살아남은 자"들입니다.
천 오백 농사꾼이 삼백만 남짓으로 줄어드는 이 잔혹한 전장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입니다.
농업단체 주장으로, 농업인구 4인가족 기준 8만 가구, 그래서 320만이라 떠들지만 다 개뻥이고 실상은 더 참담할 것입니다.
살아남은 자들은 살아남을 만 했으니 살아남았을 것입니다.
의지할 데가 있었던 것이지요.
땅입니다.
통계자료를 보지 못 했으니 정확히 알 수는 없으나
우리나라 농사꾼의 주력은 60대입니다.
해방 조금 전부터 한국전쟁 전후에 태어난 분들입니다.
이 분들은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은 각종 정부단체, 친목단체, 농업인단체에 소속되어
자신의 이익을 관철해 나갑니다.
때론 시위대가 되고, 때론 정부의 사업 수혜자가 되면서 요령 좋게 세상을 헤쳐 나갑니다.
과연 이 분들, 우리 농업의 주력군들이 "농지 가격을 낮춰라, 그래야 농업이 산다, 그래야 농촌이 산다!!!"라고
목소리를 내 수 있겠습니까?
절대 불가능한 일,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우리가 내려가 농사를 지어, 농업과 농촌을 지키겠다!!!!
경자유전의 원칙을 지켜, 투기꾼을 몰아내고 땅값을 낮춰라!!!"
이는 매우 정당하고 합리적인 요구라고 생각합니다.
마땅히 주장해야 합니다.
다만, 농사꾼과 투기꾼한테 몰매맞을 각오는 해야 합니다.
이제 농지와 관련해서 할 말은 다 했고요,
정부가 어떻게 농사꾼 목을 조르는지 잠시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충청도 안희정 도지사가 농업에 올인하겠다는 선언을 했다는데, 저는
제발 그러지 말라고 사정이라도 하고 싶습니다.
한 지역의 농업 살리기는 타지역 농업 죽이기와 같기 때문입니다.
이 분들이 얼마나 근시안적인가하면 이렇습니다.
예를 들어,
"삽주입니다"
"삽주가 유망하니 보조 왕창해드립니다."
**참고:
농업지원정책은 보조와 융자 등이 있다.
보조란 무상보조이고 융자는 말 그대로 저리장기 융자다.
그러니까 보조란 세금을 사업비로 그냥 주는 것을 말한다.
보조사업 사업자로 선정된 후, 사업했다는 증거를 모두 갖춰 제출하면, 돈을 준다.
**참고 끝.
뭐, 이 분들이 하는 정책이란 게 고작 이런 겁니다.
그러면 이 지역 삽주 생산 농가는 보조금이 들어온 만큼 잠시 "특별 초과 이윤"을 누립니다.
적정하게 형성돼 있던 시장가격은 일정한 생산비를 전제로 한 것인데,
생산시설 현대화, 첨단화, 자동화 등을 통해 생산비를 낮춘 상태에서
일정 기간 동안 현재의 시장가격을 받을 수 있으니 소득이 엄청나게 늘어나게 되지요. 물론, 일시적으로.
아주 잠시!!
하지만 특별초과이윤을 노리는 다른 농가가 삽주 생산에 계속해서 뛰어들게 되고,
삽주의 시장가격은 폭락해서,
대부분의 삽주 농가를 난폭하게 쓸어버리고
생산가 대비 적정이윤을 유지하는 수준으로 가격은 조정 안정되고,
겨우 살아 남은 삽주 농가는 죽을 똥 살 똥 일해서 그럭저럭 먹고 살 만큼의 이윤을 유지하며
위태롭게 살아가게 되지요.
그래서 정부가 보조금을 왕창 쏟아부은 결과는?
삽주 대량 생산 체계 확립으로 가격 왕창 하락.
진입 문턱(초기 생산시설 투자비) 왕창 상승.
삽주 농가 통폐합...대다수 농가 퇴출.
끝.
결과적으로 농사꾼한테는 어떠한 득도 없고 오직 많은 농사꾼을 농업에서 쫓아냈지요.
"특별초과이윤" 어쩌고 하는 거는 19세기 초 칼 맑스가 살던 당시,
원시적이고 야만적이던 초기 자본 시장에서나 벌어지던 일들입니다.
정부가 줄기차게 해 온 "농업지원"의 실체는 이것입니다.
농민을 농업에서 추방하는 일!
정부지원이 농업 생산에 투입되면 될수록 농사꾼들 곡소리가 더욱 커지는 이유는 바로 이것입니다.
미칠 노릇입니다.
농사꾼들은 각종 농업단체를 꾸려서 "엄청난 지원"에만 눈독을 들일뿐,
어느 누구도 나서서 이 잘 못된 틀, 프레임을 바로 잡아야 한다는 주장을 안 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미치고 팔짝 뛸 노릇입니다.
60먹은 주력이 70, 80이 되면 우리 농업은 소멸합니다.
시간이 많이 남지 않았습니다.
이는 정부도 알고 저도 아는 사실입니다.
이 분들, 60~70 먹은 노인네들이 은퇴하면 이 분들이 짓던 땅이 자연스럽게 귀농인들 손에 떨어질 것이다?
천만의 말씀, 만만의 콩떡입니다.
주인은 따로 있습니다.
대학생들이 반값 등록금을 주장하고 나선 것처럼
귀농하려는 분들은 마땅히 "경자유전"을 외치고 나서야 합니다.
앞서 얘기한 것처럼 투기꾼들과 농사꾼들한테 열라 욕 먹을 각오는 해야 합니다.
혹시라도 다음에 지면이 허락한다면, 농업을 살리기 위한 정부의 지원이
어떤 방향으로 나가야 하는지에 대해서 말씀을 좀 올리고 싶습니다.
2012. 1. 2. 화천. 알랑방구 농장에서 백승우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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