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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다 수입농산물 때문이다!

“이게 다 수입농산물 때문이다!” 계간 『귀농통문』2013년 겨울호에 쓴 글입니다. 밭은 말끔하게 정리했습니다. 십여 년 농사지으면서 겨울 되기 전에 깊이갈이하고 부족한 유기물도 좀 넣어주고 호밀까지 뿌려서 나름 흡족하게 갈무리하기는 처음입니다. 긴 비에 작물이 일찌감치 망가져버린 덕분입니다(ㅠㅠ). 다른 분들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저는 농사지으면서 제일 힘든 게 뭐냐고 누가 물어보면, 버리는 게 제일 고통스럽다고 대답합니다. 일은 사실, 힘은 들지만 늘 보람이 있어서 즐겁거든요. 힘들게 산을 올라가는 걸 즐기는 것처럼 농사일은 힘들지만 마음 깊은 곳에 즐거움을 줍니다. 심지어 농사일은 중독성도 있다, 중독성이 상당히 강하다는 게 제 주장입니다. 동네 할머니들은 잘 알고 계십니다. 처음 여기 화천으로 이사..

농업 2014.04.06

숨 쉬는 것들이 살아남는 방법

숨 쉬는 것들이 살아남는 방법 2013. 11. 귀농통문에 기고한 글인데, 글의 성격이 잘 안 맞아서 짤렸어요^^ 한 해 농사, 갈무리는 잘들 하셨는지요? 긴긴 겨울에는 무조건 놀겠다는 일념으로 한여름 땡볕과 폭우를 견디며 용감무쌍하게 다섯 해를 살았을 무렵 저는 탈이 났습니다. 오른쪽 다리 대퇴부 속 뼈다귀가 아팠어요. 걷는 것도 불편해서 자꾸 절름거려지고 잘 때도 오른쪽으로 돌아누우면 아파서 잠자는 것도 불편했습니다. 작년 한 해 슬렁슬렁 쉬면서 일하면 나아지려니 했는데, 낫지 않아서 어쩔 수 없이 화천 읍내에 있는 의료원에 가서 뼈 사진 찍고, 강원대병원 의사한테 가지고 가서 보였더니 뼈에는 전혀 문제가 없고, 많이 써먹어서 아픈 거니까 쉬면 낫는다는 겁니다. 삼십년 사십년 농사지어온 형들은 이 소..

농업 2013.12.02

성공이니 실패니 그게 다 무슨 소용이람!

[ 계간지『농촌과 목회』2013년 여름호에 실은 글입니다. 13년 5월에 썼어요. 원고 청탁에 단 한 건도 거부하지 않고 모두 응했습니다.^^ 기특, 대견] 성공이니 실패니 그게 다 무슨 소용이람! 백승우 돌아보면 긴 여정이었습니다. 결혼한 직후인 스물여덟 살에 시골로 올 마음을 냈고, 경북 울진 찍고 전남 화순 돌아 강원도 춘천을 거쳐 여기 화천까지 와 있습니다. 지금 제 나이 마흔 다섯입니다. 전국귀농운동본부에서 진행하는 생태귀농학교가 제 생각과 삶을 완전히 바꿔놓았습니다. 생태주의라는 새로운 이념의 세례를 받은 겁니다. 마치 빛 한 줄기 스미지 않는 깜깜하고 긴 터널을 지나 갑자기 굴 밖으로 나왔을 때, 너무나 강렬하고 밝은 햇살에 눈 멀어버리는 것처럼, 당시 아직 어리고 세상물정 모르던 젊은이는 ..

귀농 2013.11.03

녹색당 2013년 4월 정책포럼 제안문과 발제문

++제안문++ 녹색 정책포럼 4월(농업 부문) 기획안 “한국농업의 현실과 정치의 과제” 1. 이번 포럼은 지난 2012년 11월 23일 있었던 녹색당 농업정책 토론회 “농업과 녹색정치의 과제”를 기반으로 한다. =>당시 자료집과 종합토론 내용은 녹색당 홈페이지에 게시돼 있음[녹색자료-문서자료-33번과 35번]. http://www.kgreens.org/document 2. 토론회 자료를 검토해 보면, 토론자들 사이에 약간의 차이는 있으나 대체로 다음 다섯 가지 정도의 ‘시급한 과제’에 대해서는 일치된 의견을 보이고 있다. 1) 농지의 보전 2) 식량자급률 제고 3) 농가소득보장 4) 소농 중심의 농업 구조 5) 우리 농업의 전면적인 친환경농업화 3. 우리 정부의 그 동안의 농업정책은 아주 단순하게 말하면..

농업 2013.06.05

화천평화선언

화천평화선언 전쟁이 아닌 때에 서로 만났다면 서로 어울려 우정과 사랑과 기쁨을 나누었을 세계 여러 나라의 젊은이들이 서로 총부리를 겨누며 죽이고 죽어간 가장 쓰라리고 아픈 역사의 현장, 화천에서 평화를 염원하며 우리는 모였습니다. 걷잡을 수 없이 거세게 타오르는 산불도 그 시작은 작은 불씨라는 걸 우리는 모두 알고 있습니다. 세상을 파괴하고 생명을 앗아가는 거대한 불기둥, 전쟁의 불씨는 아마도 우리 마음속에 도사리고 있을 것입니다. 시기하고, 질투하고, 원망하고, 미워하고 증오하는 마음, 공포와 두려움. 평화는 그래서 평화롭고자하는 의지와 결단과 용기입니다. 시시각각 끊임없이 밀려오며 안팎에서 타오르는 불씨에 끼얹는 생명수입니다. 우리는 오늘, 정전 60주년을 맞아 마음과 마음속에 온 세상을 향한 작은 ..

꽃내華川공부 2013.06.05

화천, 잠재적 가능성

화천의 잠재적 가능성에 대한 메모 =시대의 흐름... 산업 시대는 저물고 있다. 확실히 그렇다. 저성장시대 혹은 제로성장 내지는 마이너스성장 시대다. 전체 땅이 거의 다 산인 우리 지역에서, 농업이 됐든 제조업이 됐든 근대적 의미의 생산 중심 산업을 통한 성장은 불가능하다. 바꾸어 보면 아주 좋은 조건이다. 토건 위주의 개발가능성이 거의 없다^^. 아직도 여전히 토건세력이 맹위를 떨치고 있지만 우리 사회의 중심축은 서서히 변화할 것이다. "문화의 시대"라 이름붙일만한 시대. 문학, 춤과 노래, 그림과 영상, 조각과 도예 같은 예술활동, 관광, 교육, 의료 등등의 소위 3차 서비스 산업이 중심인 사회로 이행해갈 것이다. 생태, 생명, 평화의 가치가 새롭게 부상하고, 이는 새롭고 아름다운 문화적인 욕구를 불..

꽃내華川공부 2013.03.14

"협동하는 힘"에 대한 이해

신영복샘의 강의. 협동하는 힘에 대해 스스로 깨닫고, 뭔가 심오한 걸 이해했다고 생각하고 좋아했는데, 오해였던 것 같습니다.ㅠㅠ. 협동하는 힘은 그냥 길러지지 않는다. 저절로 생기는 게 아니다. 마치 자전거를 타려면 수없이 넘어지며 깨지고 터져야 하는 것처럼, 말을 배우려면 수없이 반복해서 듣고 따라해야 하는 것처럼, 협동하는 힘도 다른 사람과 어울려서 뭔가를 이루어내기 위해 노력하는 오랜 훈련을 통해서야 비로소 습득할 수 있는 힘이다....라는데 생각이 닿았지요. 서로를 믿고 함께 공부하고 생각하고 이해하고 실행하는 과정을 통해 우리는 각자 협동하는 힘을 축적한다...라는 것인데요, 협동하는 힘을 일종의 능력으로, 인간 개체에 축적되는 힘으로 이해한 것입니다. ++ 신영복 선생은 "강의"에서 약간 다른..

책읽기 2013.03.06

쿠바가 아니라 우리가 대안이다

*이 글은 대안교육 격월간지 의 요청을 받아 썼습니다. 아마도 2013년 1~2월호에 실렸을 겁니다. "유기농업"이라는 딱지를 떼버리고, "대안사회"로서 쿠바를 가늠해보는 것인데요, 이 글을 쓰면서 저는 새로운 개념을 발견했습니다. 인간에 내재하는 [농업유전자]라는 개념입니다. 앞으로 조금 더 갈고 닦아볼 예정입니다. 그리고 여전히 막연하고 뿌연 형태로 남아 있던 오리엔탈리즘과의 제법 철저한 결별, 우리가 대안일 수밖에 없는 필연적인 이유...같은 것에 대해서 논거 없이 그냥 깜냥으로 적어보았습니다. 생각을 가다듬고, 글 쓸 기회를 주신 도서출판 민들레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쿠바, 기로에 선 20대 백승우 두레 생협에 여름철 채소를 주로 공급하는 유기농업단체 "강원유기농"의 꼴찌 농부. 강원도 화천에서,..

쿠바농업연수 2013.02.16

십삼. 쿠바의 유기농업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쿠바의 유기농업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이제 할 말은 다 했다. 여기서부터는 사족이다. 쿠바에 유기농업과 관련한 연수단이 수차례 다녀오면서 이런저런 논란이 있는 듯하여, 논란이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날 만큼 참견하기 좋아하는 나는, 2012년 대산농촌문화재단 쿠바유기농업연수단의 일원으로 참여하여 쿠바의 여러 유기농업관련기관을 방문하고, 또 여러 날을 더 남아 여기저기 현장을 둘러보고 온 자로서, 나도 이런저런 논란에 한 발짝 살짝 얹어볼까 한다. 시대와 공간을 뛰어넘는 초현실적인 진리는 없다. 예컨대, 농업과 유기농업을 포함해서 생태 환경을 둘러싼 모든 논의의 밑바탕에는 “지속 가능성”이라는 핵심 개념이 설정되어 있다. 그런데 나처럼 자식도 없고 삐딱하기 짝이 없는 인간이 “대체 왜 지속가능해야 하..

쿠바농업연수 2013.01.23

십이. 유기농업을 둘러싼 "의제설정"이 중요하다

유기농업을 둘러싼 “의제 설정”이 중요하다 요즘 “프레임”이라는 말을 많이 쓰는데, 한국의 농업 혹은 유기농업과 관련해서도 이는 정말 중요하다고 나는 생각한다. 프레임을 잘 짜야 성공할 수 있다. 내가 제시하는 건 공공재 프레임이다. 대강의 얼개는 이렇다. 농산물은 공공재이다. 공공재는 남녀노소 부자 가난뱅이를 가리지 않고 공평하게 서비스되어야 한다. 공공재의 첫째 조건은 안전성이다. 공공의 재화를 생산하거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을 하는 사람은 공무원이다. 공무원은 일정한 자격을 갖추고 사회가 요구하는 역할 즉 책임과 의무를 잘 수행해야 한다. 세금도 내고 교육도 받고 공부도 하고 성실히 일을 해서 성과를 내고 필요한 서류도 작성해서 제출해야 한다. 한편 정부는 사회가 필요로 하는 만큼의 일정한 수의 공..

쿠바농업연수 2013.01.23